주식 대차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대차거래 규모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어 약세장이 당분간 더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대차거래란 해당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측하고 미리 빌려서 매도한 다음 나중에 주가가 하락했을 때 싸게 되사서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기법이다. 따라서 대차거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대차거래는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이 주로 증권예탁결제원과 증권금융 등을 통해 이용한다. 27일 증권예탁결제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식 대차거래 규모는 이달 25일 현재 4조8천1백13억원으로 올 들어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말 3조1천억원 수준에 비하면 1조7천억원 이상 불어난 것이다. 특히 대차거래의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대차거래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기관이나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빌려 대차거래에 이용하는 금액은 지난해 말 4천6백억원 수준에 머물렀으나 올 들어 급증,이달 25일 현재 8천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현대차국민은행 LG필립스LCD의 대차거래 규모도 증가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대차거래는 주로 대형 우량주를 대상으로 이뤄지는데 최근에는 국내 기관보다는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물 주식을 바스켓으로 묶어 빌린 후 팔고,저평가된 선물을 매수하는 차익거래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 들어 지난 2월 말까지는 지수의 단기급등에 따른 조정 우려로 대차거래가 늘었으나 최근 들어 약세장에서도 증가속도가 더욱 빨라진 것은 기관이나 외국인들이 추가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경우 4월 들어선 대차거래 규모가 다소 정체를 보이고 있어 현 주가가 바닥수준에 근접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안정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차잔액이 지속적인 감소세로 접어들 경우 주가의 추세반전 신호로 볼 수 있다"며 "주요 종목들의 대차거래 추이를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가총액 상위기업 중 대차거래 규모가 감소추이를 보이는 종목은 한국전력 LG전자 포스코뿐이다. 특히 한국전력은 지난 25일 대차거래 잔액이 7백44억원으로 연초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