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초등학교 시험에서 4지 선다형.단답식 문제가 사라진다. 대신 과목당 3~4개 문제만 출제하는 서술.논술형의 새 학력평가시스템이 도입된다. 서울시 교육청은 27일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서울시내 대부분의 초등학교들이 늦어도 오는 2학기부터 국어와 수학 과학 사회 등 주요 과목 시험을 기존 4지 선다형.단답식 형태 대신 서술.논술형태로 바꾼 새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교사들은 새 학력평가시스템이 오히려 고가의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 교육청은 올해초 일선 초등학교에 보낸 학업성취도 평가 권고 공문을 최근 취합한 결과 전체 5백19개 학교 중 99.2%인 5백15개 학교가 이같은 방식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채택하겠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학업성취도 평가의 가장 큰 특징은 문제 수가 줄었다는 것. 서술.논술형 시험이기 때문에 과목당 평균 3∼4개 문제만 출제될 전망이다. 문제 유형을 예로 들면 △주어진 자료를 이용해 문항 만들어보기 △미완성 문항 완성하기 △정답을 주고 왜 그런 답이 나왔는지 설명하기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생각해보기 등이다. 점수 배점도 종전의 획일적인 1백점 만점에서 벗어나 다양해진다. 또 교사 재량에 따라 학급별로 별도 문항을 출제,평가할 수도 있다. 시 교육청은 일선 교사들의 문제출제를 돕기 위해 학업성취도 평가의 예시문항을 만들어 다음달 10일까지 일선학교에 내려보내기로 했다. 또 객관식이나 단답형 문제를 출제하는 초등학교에 대해서는 행정지도를 하기로 했다. 서울 초등학교 시험유형이 이처럼 바뀌게 되면 초등학생 대상의 출판업체와 보습학원들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그동안 판매해 온 객관식 단답형 중심의 문제집과 참고서가 아무 필요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학원들도 강의방식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학생 유치가 어려워졌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지금처럼 학원에 다니거나 학습지를 이용해 시험준비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교공부에 충실한 학생이 유리한 형태의 시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 도입되는 서술.논술 중심의 학업성취도 평가가 시 교육청의 생각대로 '학교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억제'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서울시 교육청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A초등학교의 김 모 교사는 "지금까지는 대부분 중저가 학습지나 보습학원 중심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사교육이 이뤄져 왔지만 새로운 시험제도 아래서는 고가 과외까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