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역사와 실태에 대해 중.고등학교 교과서가 제대로 기술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교과서포럼(상임대표 박효종 서울대 교수)이 29일 서울 서소문 명지빌딩 20층에서 '중.고등학교 경제 관련 교과서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마련하는 심포지엄에서 발표할 발제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는 '중.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에 그려진 한국경제의 모습'이라는 발제문을 통해 "중.고교 사회과 교과과정 전체에서 현대 한국경제의 역사적 발전 과정이나 그 개성적 유형에 대해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부분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1 교과서에는 한국의 지역별 자원과 산업을 경제지리학의 일환으로 해설하고 있을 뿐이며,고등학교 2·3학년용 '경제' 교과서도 한국경제를 독자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여러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보조 교제와 사례로서 제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교과서의 내용이라고 이 교수는 평가한다. 대부분의 사회과 교과서가 60년대 이후 한국경제가 비약적 성장을 이룩했지만 수출품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저임금과 저농산물 가격정책을 취해 노동자와 농민에게 희생을 강요했으며 이로 인해 계층간 빈부 격차,도시.농촌간 불균형,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고 기술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이 교수는 60년대 이래 지금까지 임금 증가율과 노동의 한계생산성 증가율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해왔다고 반박했다. 또 80년대 이후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계열관계가 높은 수준으로 발달해왔고 90년대 이후엔 기술집약적 형태로 발전하면서 대기업 수가 절대적으로 줄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중.고교 교과서에 나타난 경제이론 교육의 문제점'을 주제로 발제할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고교 경제교육이 너무 어렵고 비현실적.반시장적.반기업적"이라고 지적했다. 복잡한 경제현상을 지나치게 간단하게 설명하려다 보니 경제 과목이 어렵게 느껴지게 됐다는 의견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