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엘리트 고등학생을 잡아라.'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미국 주요 명문 대학에 떨어진 특명이다. 대원외국어고 민족사관고 등 국내 일부 고등학교가 몇 해째 수십명의 합격생을 배출하면서 미 유명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이 연이어 한국을 방문,입시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는 것.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한국으로 건너와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등을 미국으로 데려가려 했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 교육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27일 대원외고에 따르면 2004년에만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듀크 다트머스 등 22개 미국 주요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학교를 방문,입학을 권유하는 설명회를 가졌다. 올해 들어서는 더 많은 미국 대학들이 이 학교에서 입시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4월에만 지난해 방문 대학의 절반에 가까운 10개 대학에서 이같은 행사를 가졌다. 김일영 대원외고 교감은 "갈수록 많은 대학에서 입시설명회를 열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국내보다는 외국의 대학에 가급적 많은 학생을 진학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 횡성군에 있는 민족사관고도 요즘 미국 대학의 입학사정관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 20일 시카고 다트머스 듀크대 등 5개 대학에서 연합 입시설명회를 여는 등 올해에만 9개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이 민족사관고를 찾았다. 이청 홍보국장은 "많은 명문대에서 도시도 아닌 산간지역에 위치한 학교를 방문,학생유치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학생들의 수준에 대해 인정을 받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사립대학이 한국에 와서 우수 학생에 대한 '입도선매'에 나서자 국내 대학들도 급기야 '맞불작전'에 들어갔다. 어윤대 고려대 총장은 지난 6일,정창영 연세대 총장은 지난 9일 각각 대원외고를 찾아가 재학생을 상대로 학교설명회를 가졌다. 고려대와 연세대가 어떤 장점이 있는지를 학생들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다. 대학 총장이 직접 고등학교를 찾아 우수학생 유치활동을 벌인 것은 이 두 학교가 처음이다. 한편 대원외고는 올해 해외유학프로그램(Global Leadership Program)반 학생 49명 전원을 미국 명문대에 합격시켰다. 이주민군과 황정은양이 하버드대에 합격한 것을 비롯 총 19명이 미국 아이비리그대학에 입학할 예정이다. 나머지 학생들도 듀크대 등 미국 30위권 이내 유명 대학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민족사관고도 올해 27명의 유학반 학생 전원을 미국 대학생으로 만들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