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일자) 대학교육이 확 변해야 하는 이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하버드 등 미국의 주요 명문대학 관계자들이 대거 방한, 한국의 우수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입시 설명회를 잇따라 개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잖아도 우수 학생들의 외국 명문대학 진학이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해외유출이 더욱 가속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적지 않은 국내 대학들이 입학 정원조차 채우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그냥 흘려들을 얘기가 결코 아니다. 일부 상위권 대학들은 그나마 사정이 괜찮다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우수학생들이 외국으로 대거 빠져나가 버리면 대학의 앞날이 어떠할지는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우수 학생들이 왜 해외로 향하는지 그 이유는 물론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국내 대학 교육의 부실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는게 우리의 판단이다. 이른바 명문대학을 나와도 취직을 걱정해야 할 만큼 기업이나 사회로부터 대학 교육의 질이 심각하게 의심받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한마디로 우수 학생들이 굳이 국내 대학에다 자신의 장래를 맡겨야 할 이유가 없다. 대학 교육이 왜 변하지 않으면 안되는지는 여기서도 다시 한번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대학의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다.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어제 열린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밝혔듯이 대학은 지금 위기에 처해 있고, 그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그 길 밖에 없다. 대학 구조조정의 방식을 놓고 정부주도냐 자율이냐의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변하지 않는 한 모든 대학이 공멸하고 말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국립대든 사립대든 대학 스스로 먼저 변화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과연 무엇으로 특성화하고 차별화할지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학과간 대학간 통폐합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고통도 감내할 각오를 해야 한다. 정부도 스스로 실질적인 구조개혁을 단행하고 나서는 대학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대학에 대한 재정투자 역시 적당히 나눠먹는 방식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학의 특성화.차별화와 연계시켜야 함은 물론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교육이야말로 최고의 경제정책이라고 말한 바 있다. 더욱이 대학은 신기술.신산업 창출의 혁신거점 역할도 요청받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의 미래가 대학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의 구조개혁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