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과천청사 1브리핑실에 평소 알고 지내던 모 업체 임원이 찾아왔다. "어쩐 일로 여길 찾아오셨느냐"는 물음에 "산업자원부에 일이 있어 왔는데 담당자들이 체육대회에 가고 없어 박 기자나 만나 보고 가려고 왔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부 부처가 평일에 체육대회를 열어도 되는 것이냐"는 짜증 섞인 얘기와 함께. 산자부는 이날 서울 공릉동 한국전력 연수원에서 대부분의 직원이 참가하는 체육대회를 가졌다. 과천청사엔 각 과별로 최소한의 인원만 남았다. 산자부의 한 국장은 "민원인이 없고 전화도 거의 없어 썰렁한 기분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산자부는 이날만큼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산업 정책을 입안하고 기업 애로를 해결해 주는 업무에서 '해방'된 분위기였다. 산자부측은 평일 체육대회에 대해 '규정에 정해진 대로 하는데 무슨 문제냐'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체육진흥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4월 마지막 주가 체육주간이며 각급 학교는 주중 하루 운동회를,직장에서는 실정에 맞는 체육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특히 공무원의 단체 체육활동은 공식 근무이며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체육대회를 열면 급여가 추가로 지급되고 이에 따라 '국민의 세금이 더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런 이유에선지,재정경제부도 금요일인 다음달 20일 체육대회가 예정돼 있다. 민간 기업에서는 '시대 착오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과거 토요일까지 근무할 때는 평일이나 토요일이 같기 때문에 평일에 체육대회를 열어도 크게 개의할 일이 아닐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관공서도 격주 토요일 근무로 바뀐 데다 올 7월부터는 아예 주5일 근무를 하게 된 상황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민간 기업체에서 평일 체육대회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IMF(국제통화기금) ADB(아시아개발은행) 등 집중 근무를 채택하고 있는 국제기구에서도 마찬가지다. 기획예산처도 지난해 가을부터 평일 체육대회를 폐지하고 동아리별 주말 활동으로 바꿨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