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증설 문제로 지난 2년간 골머리를 앓고 있던 강인철 지엠비 사장은 최근 울산시 '기업민원처리센터'를 찾았다가 뜻밖의 수확을 얻었다. 국산 잠수함의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2003년 초 3백여억원대의 수주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공장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강 사장은 이를 위해 2년 동안 수없이 행정기관을 쫓아다녔지만 헛수고였다. 단지 '공장 건폐율이 기존 30%에서 20%로 줄어드는 바람에 증설이 불가능하다'는 말만 들었다. 결국 공장을 부산 녹산공단으로 이전키로 잠정 결정한 뒤 강 사장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울산시 기업민원처리센터를 방문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그는 민원센터 공무원들의 도움으로 울주군 관련 부서와 재협의한 끝에 공장 부지 1백여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철구조물 전문업체인 D기업 이모 사장의 경우 최근 민원센터 덕분에 1억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받아 위기를 넘겼다. 이 사장은 25억원어치의 공사를 수주해 놓고도 최근 건설플랜트 노조의 파업으로 공사를 못해 자금난을 겪어왔다. 이 사장은 "거래 은행마저 외면하는 바람에 사채라도 끌어쓸 생각이었는데 민원센터 직원들이 공사 수주 계약서를 담보로 울산 신용보증재단을 통해 1억원을 지원해 줬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의 기업사랑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고임금과 반기업 정서 등에 시달리다 못해 중국 등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선박 블록 공장을 포항과 목포에 각각 빼앗긴 뒤 울산에서는 친기업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기구가 울산시(시장 박맹우)가 설치한 기업민원처리센터다. 울산시는 지난 27일 울산상공회의소(회장 이두철)와 함께 기업 기(氣)살리기를 범시민 차원의 운동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기업인과 시민 등 2만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기업사랑 선포식을 가졌다. 인천시도 지난해 시청에 기업애로 창구를 신설한 뒤 기업체 애로사항과 민원을 해결해 주고 있다. 소프트웨어 전문 벤처기업인 이지소프트넷은 지난 1월 법무사나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등기를 자동으로 할 수 있는 '등기 셀프시스템'을 최초로 개발했지만 판로를 구하지 못하자 기업애로 창구의 문을 두드렸다. 시는 이 시스템을 구입,현재 민원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무인 민원문서 발급기를 통해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지역 내 최대 외국인 투자기업인 대구텍의 전기 증설 민원 해결을 위해 시장이 직접 회사를 방문해 고충을 들은 뒤 산업자원부와 한전 등에 협조를 요청,문제를 해결했다. 경남 창원시는 지난해 12월6일을 'LG전자의 날'로 선포한 데 이어 올 3월초에는 'GM대우의 날'까지 지정하는 등 지역 기업의 기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창원시는 15개 읍·면·동 업무용 차량으로 GM대우의 마티즈 15대를 한꺼번에 구매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30일을 '삼성 데이'로 지정해 대규모 축제를 벌인 광주광역시는 오는 5월15일을 '기아자동차의 날'로 선포할 예정이다. 이동우 울산중소기업지원센터 본부장은 "과거에는 기업들이 지역 정서를 의식해 공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기업 여건에 따라 언제든지 떠나는 시대"라면서 "기업사랑운동은 앞으로 지방자치 경제의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하인식.대구=신경원.인천=김인완 광주=최성국.부산=김태현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