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구 LG칼텍스정유)노조는 지난해 10월말 대의원들의 압도적 찬성(34명중 31명)으로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탈퇴를 결정했다.불과 3개월전 만해도 기세등등하게(?) 전국을 누비며 불법파업을 벌이던 전투적인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수 없었다.자신들이 벌였던 파업행위에 대해 후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전국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이 회사 노조가 완전히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많은 노동전문가들은 회사측의 철저한 법과 원칙 적용이 노조를 변화시켰다고 분석한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 불법파업에 참여한 6백47명에 대해 해고 23명, 정직(1주일~3개월) 2백35명, 감급(감봉) 1백42명, 견책 2백47명 등의 중징계 조치를 내렸다. 파업기간에 대해선 '무노동 무임금'을 철저히 적용했다. 조합원들은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심리로 파업을 벌였지만 파업기간에 대해서는 급여조차 받지 못했다. 더욱이 '배부른 노조의 철없는 파업'이라는 국민들의 질타까지 이어져 노조원들은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파업에 참여했던 이 회사 전기팀의 J씨는 "한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다는 기대심리 때문에 파업에 동참한 것은 사실"이라며 "많은 노조원들이 상처 뿐인 파업에 무척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측의 원칙적 대응에 조합원들의 의식이 달라진 것. 전투적 조합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잘못된 노동운동 행태를 뿌리뽑는데는 '법과 원칙'만한 특효약이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시켜준 사례다. 회사측이 양보하면 양보할수록 조합원들 사이에는 '합법이든 불법이든 힘으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인식이 만연,불법 노동운동을 진정시키기는 커녕 되레 더 조장하는 결과를 낳고 만다. 파업을 해도 안되는 것은 안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줘야만 조합원들의 자세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한때 강경투쟁의 본산으로까지 불리던 현대중공업 노조의 변화도 법에 따른 회사측의 원칙적 대응의 결과다. '골리앗 농성'까지 벌이며 국내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현대중 노조가 변화한 것은 지난 94년 60일간 장기파업을 겪은 이후부터였다. 막강의 전투력을 자랑하던 노조는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강경투쟁을 마다하지 않았고 회사측도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강경대응으로 맞섰다. 결국 노사협상이 타결된 뒤 회사는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철저히 적용했다. 이로 인해 노조원들은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입었고 파업을 무기로 회사측을 압박하는 행위는 사라졌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비싼 대가를 치른 뒤 노사안정 모범사업장으로 변신,요즘 다른 사업장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지난 2002년과 2003년 노조의 강경투쟁으로 몸살을 앓았던 두산중공업.이 회사 역시 노조의 불법파업에 법과 원칙으로 대응하며 분출하는 노조원들의 투쟁성을 억누르고 있다. 정석균 두산중공업 관리본부장은 "파업이 노조원에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하면서 노동운동이 많이 변했다"며 "회사의 원칙이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도 강경투쟁을 바꾸는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2002년 47일간 파업때 불법파업 책임을 물어 4명의 노조간부를 해고했다. 하지만 회사는 노조의 요구에 떠밀려 아무 원칙도 없이 이들을 법과 원칙 차원에서 앞으로도 복직시키지 않을 방침이다. 많은 사업장들이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으면서 협력적 관계로 돌아서는 것이다. 경제환경의 급변도 노동현장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 파업을 밥먹듯이 벌였던 KT노조는 지난 2002년 5월 민영화된 이후 많이 바뀌었다.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돌아선 이후 노조는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외성 노사기획부장은 "통신시장의 경쟁이 격화돼 매출이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 노조원들도 위기의식을 느꼈다"며 "이러한 경쟁체제가 결국은 내몫만 바라는 노동운동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노동운동 변화에 가장 민감한 요인 중 하나가 국민여론이다. 세계 어느나라 노동운동 치고 우리나라처럼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내몫'만 챙기겠다며 진행되는 경우는 없다. 선진국에서 국민적 지지가 없으면 노동운동이 성공할 수 없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노조파업이 중도에 실패한 것은 국민들의 거센 비난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