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통화의 평가절상을 겨냥한 국제 투기자금이 아시아 주식시장을 휘젓고 있다. 헤지펀드 등 국제 투기자금은 미 달러화 가치하락으로 올 들어 아시아 주요통화가 강세를 지속하자 대거 아시아 증시로 대거 유입돼 환차익을 올린 이후 빠져나가는 유.출입을 반복하며 주가를 흔들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 홍콩 말레이시아 대만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증시에서는 주가가 경제의 펀더멘털이나 기업들의 실적보다 이들 단기 '핫머니'의 유출입에 따라 등락이 결정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홍콩 증시는 대표적인 예다. 홍콩 주식시장은 지난 23일 저우 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이 위안화 절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이후 국제 투기자본이 대거 유입돼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홍콩 항셍지수는 지난 18일부터 27일까지 거래일 기준 8일 연속 오르며 3.5%나 상승했다. 반면 말레이시아에서는 반대로 링키트화의 평가절상 전망이 희박해지자 대거 이탈해 주가 급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자국 통화인 링키트화를 미 달러화에 고정시키는 페그제를 시행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에는 지난해부터 평가절상을 노리고 약 90억달러의 해외자금이 증시로 유입됐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중순 쿠알라룸푸르 종합주가지수는 4년반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말레이시아 정부가 페그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외국계 자금이 급속히 이탈하기 시작, 27일 쿠알라룸푸르 증시는 연초 최고가 대비 무려 7%나 폭락했다. 한국 역시 종합주가지수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연초이후 지속돼왔던 원.달러 환율 하락세(원화가치 상승)가 1천원 선을 경계로 주춤해지는 점을 의식한 해외투기자금의 이탈이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