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투기자금이 아시아 주요 통화의 평가절상을 겨냥,아시아 주식시장을 휘젓고 있다. 특히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가능성이 대두된 이후 홍콩 대만 중국(선전) 등 중화권 증시는 국제 투기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강세로 치닫는 반면 말레이시아 등은 이들 자금이 빠져 나가며 주가가 급락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 "중국 위안화 절상을 겨냥한 해외 자금이 중국과 홍콩으로 밀려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세계은행 역시 "동아시아 지역에 '핫머니' 등 단기 투기자금이 급속히 유입되고 있다"며 "적절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실제 홍콩 증시에는 국제 투기자금이 대거 몰려들면서 항셍지수가 9일째 상승하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항셍지수는 이날 13,909.42에 마감돼 지난 18일 이후 4%를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홍콩 금융시장의 위안화 선물 역시 급등했다. 1년 만기 위안화 선물은 이날 달러당 7.8위안까지 치솟았다. 현물 가격이 현재 달러당 8.28위안인 것을 감안하면 위안화 절상(환율 인하)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대만 증시도 위안화 바람을 타고 있다. 대만 증시는 지난주 중반까지만 해도 약세를 보였으나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보도되기 시작한 이번주 들어 강세로 전환해 이날 가권지수는 5,842.27포인트에 마감,최근 사흘 새 1.4% 올랐다. 중국 선전B증시 역시 최근 3일 연속 오르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중순 다소 조정을 받았던 선전B증시는 이번주 들어 상승세로 반전돼 이날 종가는 사흘 전보다 1.8% 오른 254.95포인트를 나타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 일본 말레이시아 증시 등은 해외 투자자금의 이탈로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 증시는 링기트화의 평가절상을 노리고 들어왔던 환투기 자금이 이탈하면서 급락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약 90억달러의 해외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지난 1월 4년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쿠알라룸푸르 종합주가지수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미 달러화와 연동되는 페그제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 투기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간 데 따라 연초 최고가 대비 7% 가까이 빠졌다. 도쿄증시도 이날 닛케이 225 평균주가가 전날보다 0.03%(3.48엔) 상승한 1만1천8.90엔으로 마감됐으나,지난 1일 1만1천7백23.63엔에 비해서는 6.0% 하락했다. 한국 역시 종합주가지수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해외투기자금의 이탈이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3월11일 1,022.79포인트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원.달러 환율이 급락세를 멈추고 상승전환한 이후 약세를 면치 못해 910선까지 내렸다. 원.달러 환율 하락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6개월간 외국인은 한국증시에서 환차익만으로 3조8천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