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외환보유액 활용, 상업적 논리로 접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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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 서울과학종합대 겸임교수 >
외환 위기로 혹독한 대가를 치른 우리정부는 국민의 정부 이후 외환보유액을 지속적으로 축적,현재 보유금액이 2천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세계에서 네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덕분에 우리는 대외적으로,특히 외환유동성 측면에서 안정적인 국가 신인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반면에 외환보유고 확보정책이 우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달러 약세로 인한 외환보유액 관리비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적정수준을 넘어선 금액에 대해서는 새로운 활용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첫째,보수적 관점에서 최적 외환보유 수준을 정하고 그 이상의 외환보유액은 국내금융기관에 예치하는 방법 등으로 활용,관리부담을 줄여야 한다. 적정 외환보유액이 얼마인지는 정답이 없다. 최적 예상치 산출기준은 향후 3년 이상의 경상수지나 자본수지 예상치를 염두에 두고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세계경제의 변화에 따라 그 기준이 가변적이어야 한다. 보수적 관점에서의 적정수준은 외국인 증권투자 중 장기분을 제외한 투자액의 2분의 1, 3개월 수입 예상금액, 단기외채 중 6개월 이내 만기 도래분을 합한 금액이면 어떨까 싶다(2004년말 기준 1천4백94억달러).
둘째,적정수준을 넘어선 외환보유액은 상업적 논리로 접근,활용해야 한다. 국내금융기관에 예치를 하든 연기금을 활용하든 예치에 대한 약정은 양측 모두 상업적 거래로 인식해 채무 약정서를 맺어야 한다.
중앙은행은 채무자의 신용능력에 따라 이율,기간 등을 정하고 채무자의 신용이 약화될 때는 즉시 상환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셋째,이러한 외환보유액의 활용이 국내금융기관의 자산운용능력을 저하시키거나 채무조달기능이 해이되는 결과를 가져와서도 안 된다. 이러한 예탁금은 주로 해외투자자금과 국내 외화대출수단으로 이용하면 좋을 것이다. 해외투자는 아무래도 상업적 논리로 결정하기 때문에 안정적 관리가 주목적인 중앙은행의 투자보다는 더 많은 수익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외화대출로 활용할 때에는 은행이자보다 저리로 조달함으로써 마케팅을 강화하고,금리도 현수준보다 싸질 수 있어 투자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수탁 받은 금융기관은 운용에 있어서 현재 이상의 리스크관리 원칙을 세워야 하며,쉽고 싼 자금이라고 해서 신용기강이 조금이라도 해이해져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국제금융시장의 참여는 적어도 현 수준 이상으로 유지,차입환경이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관리 및 운용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관리는 외환 유동성위기를 방지하는 것이 최후 목적이므로 운용수익률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삼가야 할 것이다. 운용수익률에 대한 압박은 결국 자산운용의 부실화를 초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전 외환은행 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