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달러짜리는 돈이 안돼 안 만들렵니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2억달러에 달하는 석유 시추선 건조를 사양하고 나서 관심을 모은다. 사연은 이렇다. 석유공사가 주축이 되고 삼성물산 LG상사 SK 등이 참여하는 한국컨소시엄은 카자흐스탄 국영 석유회사 KMG와 카스피해 잠불광구를 개발키로 지난 2월 기본계약을 맺고 이달 22일 본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조건 중 하나는 한국컨소시엄이 시추선을 마련해 석유 시추를 한 다음,시추선을 카자흐스탄에 양도한다는 것. 한국컨소시엄은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국내 조선업체와 시추선 건조 문제를 사전 협의했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체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조선업체들이 현재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부가가치 높은 다른 주문만도 3∼4년치가 밀려 있는 상황이라고 현황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주문을 맡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직접적으로 표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조선 3사는 이와 관련,공식적인 건조주문을 받아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다른 일감이 많은 게 사실이고 카스피해 잠불광구에 투입될 시추선의 건조사정도 따져봐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카스피해는 내륙해여서 국내에서 건조한 시추선을 현지로 이동시키는 게 아니라 현지에 가서 조립해야 하는 만큼 조선업계로서는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건조가격도 시장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 한국컨소시엄은 이 때문에 시추선을 외국 조선업체에 발주하거나 매입을 조건으로 임대를 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