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최근 숨가쁜 한.중.일 연쇄 방문은 '아직은 6자 회담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일단 결론이 났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금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한과 미국이) 힘을 들여서 밀고 당기는 상황"이라며 6자 회담의 가능성을 높였다. 6자 회담은 북한을 압박하는 장소가 아니며 회담이 '5 대 1'의 구도로만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은 그러나 안보리 회부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북한이 핵 미사일 발사 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강경카드'의 사용 가능성을 내세우며 대북 압박의 수위도 높이고 있다. 로웰 재코비 국방부 국방정보국(DIA) 국장은 이날 미 상원 군사위 예산 청문회에서 부시 행정부 관리로는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갖췄다고 증언,위기감을 증폭시키며 강경조치를 위한 여론 정지작업에 나섰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이라크에 대규모 미군 병력이 주둔하고 있지만 이 때문에 북한 등 다른 문제를 처리하는 데 조금도 제한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내달 2일 뉴욕에서 개최되는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회의에서 북한의 책임 문제를 중점 부각시키기로 하는 등 국제기구를 통한 압박공세도 강화할 태세다. 문제는 북한의 반응이다. 북한은 지난 2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 직후 6자 회담 불참과 핵무기 보유 선언이라는 초강경 대응으로 맞선 데 이어 최근의 대북 봉쇄 가능성에 대해 '대북 제재조치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정부 당국자는 "북핵문제는 이제 6자 회담의 재개냐 압박카드냐라는 선택을 해야 하는 갈림길에 와있다"며 "분수령은 한.중,한.일,한.미간 연쇄 정상회담이 끝나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