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업종끼리 한 데 모이면 상권이 커지니까 좋지요. 책을 사려면 종로통으로 나와 영풍문고나 교보문고에도 가보고,또 저희 서점에도 들르지 않겠습니까. 물론 서로 경쟁도 하겠지만 서점 상권을 키우는 효과가 더 클 것입니다." 지난달 22일 옛 화신백화점 자리인 삼성종로타워 지하에 반디앤루니스 종로타워점을 개점,종로의 대형 서점 3강 시대를 다시 연 김천식 반디앤루니스 ㈜서울문고 대표(67)의 말이다. 반디앤루니스 종로타워점은 총 2천9백20평으로 책을 전시·판매하는 서점 공간만 2천여평 규모다. 매출 증대를 위해 다른 여러 가지 상품을 함께 파는 다른 대형 서점들과 달리 책으로만 승부를 건다는 게 서울문고의 차별화 전략이다. "편안한 휴식처 같은 서점을 만들고 싶었어요. 바닥에 고급 쿠션 롤카펫을 깔고 장시간 책을 읽는 분들을 위해 고정식 및 이동식 의자를 서가 사이에 둔 것은 이런 까닭이지요. 서점 앞 5백70평의 '종로르네상스 광장'에는 지난 1백년간의 베스트셀러를 전시해 문화공간으로 만들었어요." 김 대표는 서울대 상대를 나와 지난 76년 현대에 입사,중공업·건설·상선·증권 등을 두루 거친 인물. 지난 88년 8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7백평 규모의 서울문고를 창업한 뒤 오직 서점 운영에만 몰두해 왔다. "서점은 벤처기업처럼 대박은 없지만 착실히 하면 된다"는 게 김 대표의 지론이다. 지난 97년 말 부채를 안고 있던 분당점을 정리하고 무차입 경영을 시작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지 않고 무차입 경영을 하니까 직원들도 긍정적으로 봐주고,2~3년간 상여금을 못받으면서도 협조하더라"는 것. 지난 2000년 코엑스몰 안에 1천7백여평의 대형 서점 반디앤루니스를 개점한 것은 이 같은 신뢰경영 투명경영의 결과다. 지금도 서울문고는 모든 재무제표를 사내 인터넷에 공개한다. 반디앤루니스는 반딧불이의 '반디'와 달빛을 뜻하는 라틴어 '루니'를 합친 말로 '형설지공(螢雪之功)'의 의미를 담은 이름. 김 대표는 "종로타워점 영업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며 "지난 2002년 종로서적 부도 이후 퇴색했던 서점거리의 명성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