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갖고 있는 김준(39)은 사회적으로 금기시하고 있는 문신(文身)을 소재로 다루는 작가다. 온 몸에 문신을 한 가상의 인간군상을 통해 '사회적 금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We' 시리즈에는 몸 전체를 문신한 얼굴 없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문신은 아디다스 BMW 같은 다국적 상품 브랜드부터 열린우리당 등의 정치권력,붉은 악마 같은 한국사회 특유의 집단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미지다. 그 문신 이미지들은 해병대와 스타벅스,농협과 구치처럼 전혀 맥락이 닿지 않는 아이콘들을 대비시키기도 한다. 이에 반해 '타투레스(Tattooress)' 시리즈는 상품이나 브랜드 대신 상품의 물질적 특성을 문신으로 새겨 넣은 작업들이다. 예컨대 프라다 핸드백의 반질반질한 가죽 이미지와 재질이 디지털 데이터로 재탄생돼 인체에 입혀지기도 한다. 디자인이 인체의 일부를 파고드는 경우도 있는데 소비사회의 개인들에게 무제한적으로 파고드는 자본의 속성을 드러내는 게 작가의 의도다. 그의 작업 방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컴퓨터 그래픽으로 이뤄진다. 인간군상들은 사람 같지만 실제 인물이 아니고 컴퓨터로 제작한 가상의 인물들이다. 컴퓨터 마우스로 형상을 만들고 문신을 마우스로 입힌다. 작가는 붓 페인팅 대신 '마우스 페인팅' 작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 데이터로 이뤄진 하나의 소스를 디지털 프린트,빔 프로젝션,모니터로 출력하는 등 '원 소스 멀티 유즈' 방식을 취하고 있는 점도 독특하다. 29일까지.(02)736-4371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