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우 한국투자신탁운용 부사장겸 CIO(최고운용책임자)는 국내 대표적인 펀드매니저 1세대다. 그가 운용하는 펀드에는 '강신우'라는 이름 석자만 믿고 투자하는 법인과 개인들이 상당수 있을 정도로 운용업계에선 자타가 공인하는 '스타'다. 그는 15년간 펀드매니저로 지내면서 딱 두번의 큰 모험을 걸었다. 첫번째는 지난 1996년 6월,당시 펀드매니저로선 최고의 직장인 한국투자신탁을 박차고 동방페레그린이라는 갓 출범하는 소형사로 옮긴 것. 주위에선 다들 "제정신이 아니다"며 비웃었다. 그의 두번째 모험은 지난달 외국계 PCA투신운용을 그만두고 첫 출발지인 한투운용으로 9년 만에 컴백한 것이다. 역시 이번에도 주위에선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사실 강 부사장 스스로도 두번째 모험을 결행하면서 갈등이 많았다. 그가 결국 힘든 길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토종 금융자본의 역량을 키우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그는 "국내 운용업은 제살깎기식 경쟁으로 여전히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외국사에서 배운 노하우를 국내사에 접목시켜 운용의 선진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투운용을 인수한 동원금융지주가 운용업을 아는 몇 안되는 국내 금융사라는 것도 그의 마음을 움직인 요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강 부사장은 외국계라고 해서 선진기법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당초 정한 운용철학과 원칙을 일관되게 지키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자산운용업은 '눈사람을 만드는 비즈니스'라고 표현했다. "처음부터 원칙을 지켜가며 한단계씩 차곡차곡 자산을 불려가면 어느새 커다란 눈사람이 되고,이런 눈사람은 저절로 굴러가게 마련입니다. 반면 원칙을 무시하고 시장상황에 따라 왔다갔다 하면 단기적으로는 이곳저곳에서 돈을 받아와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 수 있죠. 하지만 이런 눈사람은 구르자마자 와르르 무너져 녹아버립니다." 그는 "한투운용에서는 미국 마젤란펀드 같은 한국 대표 펀드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몇 년간 반짝하다 사라지는 펀드가 아닌 몇 십년 동안 일관된 운용철학으로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는 펀드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강 부사장은 "작년 말을 기점으로 국내 자산시장에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 방향은 채권에서 주식으로,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자산 재분배가 추세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투자자들은 채권과 부동산이 리스크가 적어 최고인 줄만 알았는데,이젠 더이상 무위험 투자는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습니다. 특히 저금리를 배경으로 다소 리스크가 있더라도 자산을 적극적으로 불릴 수 있는 주식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동하고 있죠." 그는 "주식투자는 철저히 바텀업(bottom-up)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기 전망에 근거해 투자하는 이른바 '모멘텀 투자'는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전체 시장 움직임보다는 업종,종목별로 저평가된 우량주식을 찾아 투자하는 게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물론 시황도 중요하다. 그러나 단기 시황이 아니라 역사적인 관점에서 주식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는 큰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앞으로 단기적인 등락이 있더라도 주식의 시대 도래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강 부사장은 "개인 투자자들은 특히 '주식=대박'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운용철학이 있고 수익률이 검증된 운용사를 통해 간접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 [ 약 력 ] 1960년 서울 출생 부평고,서울 법대 졸업 한국투자신탁 입사(91년)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선정 최우수 펀드매니저(94년) 동방페레그린(96∼97년),현대투자신탁(98∼2000년) 한국경제 선정 최우수 펀드매니저(99년) PCA투신운용(2001∼2005년 3월)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