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캠퍼스 특강] "재무제표에 '진짜정보' 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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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태 < 삼일회계법인 대표 >
“기업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재무보고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지인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획득한 불안전한 정보가 차라리 재무보고 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이는 기업의 재무보고가 투자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담고있지 않기 때문에 빚어진 일입니다. 재무보고에 필수공지사항 외의 기업별 고유정보를 넣고 산업별로 다른 회계기준을 적용하는 등 재무보고 시스템을 완전히 바꿔야 이같은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대표는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원이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최고경영자 강연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다음은 강연의 요약.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정보를 공개하라
국내 최대의 회계법인인 삼일회계의 재무보고를 보면 여느 중소기업과 다를 것이 없다. 매출액 당기순이익 등의 항목은 똑같고 숫자만 다를 뿐이다.
인적자원,교육에 대한 투자,노하우,기업 데이터베이스 등이 삼일회계의 진짜 자산인데 재무보고에서 이같은 정보를 찾아볼 수 없다. 재무보고에 기업의 고유정보를 기록하는 항목이 없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따라서 투자자라면 삼일회계의 재무보고만을 보고 투자를 결정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런 면에서 삼일회계로서는 억울한 일이다. 요즘처럼 기업의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시대에 기업은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위험요인이 무엇인지,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를 투자자들에게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국가간 무역분쟁을 예로 살펴보자.
SK텔레콤 같은 내수기업은 예외일 수 있겠지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수출기업의 경우 주요 수출대상 국가와 무역분쟁이 일어나면 적지않은 타격을 입게 된다.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무역분쟁이 발생했을 때 어느정도의 타격을 입을지 어떤 식으로 대응할 지를 궁금해 한다. 하지만 재무보고에 이같은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인터넷 등을 통해 유포되는 불완전한 자료만 보고 수출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여길 수 있다. 만일 수출기업이 잠재적 위험요인에 대해 분명한 대응전략을 가지고 있다면 잠재 투자자들은 주저하지 않고 투자를 결정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그 기업의 주가는 더 올라갈 것이다.
무역분쟁 외에도 환경,기업의 사회공헌,국제 기술 표준 등 다양한 기업의 비재무적 정보들이 재무보고에 포함돼야 한다.
기업이 속한 업계의 특징도 재무보고에 반영돼야 한다. 업종과 무관하게 기업의 실적과 향후 전망을 일반적인 기준으로 간략하게 표시하면 투자자들은 헷갈려 한다. 때로는 전체 업계의 규모와 전체 경쟁기업 수,각 기업의 시장점유율 등이 개별기업의 실적보다 중요할 수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별 재무정보와 비재무정보를 추가로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보고 방법은 업계의 특징을 고려,업계마다 다르게 해야한다.
○재무보고도 국제표준에 맞춰라
한국의 재무보고는 내용 뿐 아니라 형식에도 문제가 있다.
축구를 할 때 FIFA 규정에 맞춰 연습해야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듯 재무보고도 국제표준에 맞춰야 한다.
최근 글로벌 회계법인인 PWC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회계 불투명 지수는 73에 달했다. 이는 29의 불투명 지수를 기록한 싱가포르,36을 기록한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우루과이(불투명 지수 53)보다도 낮다.
한국에 대한 평가가 나쁜 가장 큰 이유는 회계제도의 불투명성 때문이다. 한국의 회계제도 불투명성 지수는 90에 달해 투명성에 있어 조사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 같은 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정부는 '현 회계제도는 국제표준을 90% 이상 충족시키고 있어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 진출해 경영활동을 할 때 재무보고서를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양식으로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국제표준 회계기준으로 재무보고서를 만들면 이중작업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현재 국제표준 회계기준을 채택한 나라는 90개국에 달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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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경태 대표는 ]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대표는 서울대 상대 71학번으로 황영기 우리은행 행장,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 등과 동기다. 안 대표는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위원,국무총리실 정책평가위원 등으로 일하면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특히 정보통신부문에 강해 '정보통신 자문의 1인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에서는 부대표,자문본부 대표직을 거쳐 지난 2003년 6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