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조타수 역할을 맡고 있는 문희상(文喜相) 의장이 취임 한달만에 최대 시련을 맞고 있다. 4.30 재.보선에서의 충격적인 패배 때문이다. 국회의원,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선거 23곳에서 열린우리당 후보가 한 석도 건져올리지 못하는 완패를 당한 충격파가 너무도 큰 탓이다. 당 인터넷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는 문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불과 한달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으며 집권여당의 의장에 선출됐던 문 의장에게는 `가혹한' 여론의 뭇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취임 한달도 되지 않은 문 의장에 대한 `인책론'은 성급하고 적절치도 않다는 게 일반적인 당내 시각이지만, 당원과 지지자들의 정서는 매우 악화돼 있는 듯하다. 당내에서도 "이번 패배를 계기로 문 의장이 설정한 당의 노선이 제대로 된 것인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분출하고 있다. 재야파 소속인 정봉주(鄭鳳株) 의원은 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이유는 개혁성의 부재 때문"이라며 "지도부가 개혁노선으로 선회하지 않는다면 당도 불행해지고, 지도부도 불행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문 의장이 개혁노선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불행'의 의미에 대해 "중도하차"라고 언급했다. 참여정치연구회 소속인 이광철(李光喆) 의원도 "우리당이 개혁의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대통령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당이 잘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의장이 기치로 내건 `실용주의'에 대한 개혁파의 불만이 표출되는 형국이다. 이 같은 모습이 계속될 경우 지도부 내부의 갈등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해장국 정치'를 표방하며 민생행보를 이어왔던 문 의장에게 몸을 낮춰왔던 재야파의 장영달(張永達), 참정연의 유시민(柳時敏) 상임중앙위원이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장관과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장관에 대한 `조기 원대복귀론'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야파 소속인 이인영(李仁榮) 의원은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를 누를 수 있는 대항마가 필요하다"라며 "김근태, 정동영 장관이 복귀해서 당대당, 정체성 대결로 정국구도를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舊) 당권파의 한 핵심관계자도 "실현 가능성과는 상관없이 두 장관의 복귀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라고 가세했다. 문 의장으로서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는 주장이다. 오는 10월 재.보선이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문 의장 카드로는 승리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당내 여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의 패배가 워낙 충격적이었던 만큼 문 의장이 이 같은 주장들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 의장은 일단 지도부와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면서 시간을 갖고 수습책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문 의장이 당선 후 한 달 간 쉴새 없이 달려오다가 이제 무언가를 돌아볼 때가 된 것 같다"라며 "문 의장이 여러 가지 생각을 갖고 있겠지만 취임 초반의 이번 경험이 장기적으로는 문 의장에게 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