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참패와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난 4·30 재·보선은 향후 정국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정국이 여소야대로 재편돼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정국주도권을 야당에 내주는 등 향후 정국운영에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여당 내부에서 선거패배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질 경우 당내 강온파간의 노선투쟁으로 이어지면서 여권은 걷잡을 수 없는 내홍에 빠질 개연성도 없지 않다. ◆야,정국주도권 장악=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 연합이 과반을 세석 넘기면서 사실상 정국 주도권을 장악했다. 거꾸로 여당은 민주노동당 등 야당의 협조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상황을 맞게 됐다.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그간 여당이 힘을 실어온 '수의 정치'에 대한 전략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의미다. 한나라당은 선거에서 완승을 거둠으로써 행정도시법 통과 이후 불거졌던 당내 갈등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어려운 여건하에서 여당의 과반을 저지하고 여소야대 구도를 만들어낸 1등 공신인 박근혜 대표 체제가 한층 공고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대중적 인기와 흡인력 등 막강한 위력을 보여줌으로써 리더십을 한층 강화했고,대권주자로서의 위상도 한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아울러 지난 대선 이후 약세를 면치 못했던 충남지역에서 금배지를 만들어 냄으로써 충청권에 대한 나름의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참패 후폭풍 부는 여당=열린우리당은 이번에 공천한 모든 선거에서 패함에 따라 거센 후폭풍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열린우리당은 이번 선거에서 영천에서의 석패로 'TK교두보 확보'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행정도시 건설을 앞세워 '텃밭'임을 자임해온 충청권에서 모두 패함으로써 프리미엄을 상실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10월 재·보선도 걱정해야할 처지다. 이런 추세라면 의석을 더 잃을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여당 지도부가 1일 긴급회의에서 '지금은 사퇴할 때가 아니다'라고 의견을 모았지만 분위기 쇄신을 위한 개편문제는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휴화산'이라 할 수 있다. 실제 문희상 의장은 선거 직전에 "모든 선거에서 지면 사퇴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던 터다. 지난해 국가보안법 파동 이후 목소리를 낮춰온 개혁파가 전면에 나설 경우 강온파간의 노선투쟁이 본격화할 개연성도 다분하다. 이번 선거참패가 정계개편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주당의 반발로 수면아래로 내려갔던 여당과 민주당간 합당 문제가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선거는 개혁세력이 분열하는 한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해줬기 때문이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