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반의석의 회복을 노린 열린우리당이 4·30 재보선에서 단 한석도 건지지 못한 채 전멸하고 말았다. 국민들의 심판으로 본격적인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됐다. 여당이 이번 선거 참패를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 정말 궁금하다. 단순한 재보선 결과로 치부하고 말 것인지, 아니면 민심을 제대로 읽어 변화의 계기로 삼을 것인지에 따라 향후 정치 경제도 그만큼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해 여당은 이번 선거 결과를 제대로 직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단순히 후보공천의 잘못이라든지, 선거전략의 실패 때문이라고 생각해 넘기고 만다면 큰 잘못이다. 여당 일각에서 말하듯이 통렬한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 여당의 이런 참패가 어느날 갑자기 초래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지금 국민들은 무엇보다도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할 만큼 지쳐 있다. 정부와 여당은 "경제가 곧 좋아질 것이다" "최근 들어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등의 말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국민들이 삶의 현장에서 체감하는 것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정부 여당이 그동안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 왔음에도 어쩔 수 없이 결과가 그러하다면 또 모르겠지만 국민들은 결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탄핵정국의 반작용(反作用)이 크게 작용했던 지난번 총선에서의 과반수 획득을 너무도 안이하게 해석한 나머지 여당은 개혁이라는 이름하에 무리하게 법안들을 추진함으로써 소모적인 정쟁과 갈등을 확대 재생산해 왔던 것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말로는 경제살리기에 적극 나서겠다고 하면서도 정작 행동은 따로 놀기 일쑤였고, 요란한 구호에만 그치고 마는 일도 적지 않았다. 행정수도 이전 등을 정략적(政略的)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공을 들여왔던 충청권 지역에서조차 여당이 패배한 것도 이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 여당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할 지는 너무도 자명하다. 특정 이념이나 편견을 버리고 민심을 있는 그대로 파악해 그에 맞게 스스로 변화하는 일이다. 특히 경제와 민생문제를 챙겨주기 바란다. 내수경기를 미처 체감하기도 전에 유가 환율 등 대외여건이 심상치 않고, 북핵문제 등으로 인한 안보 불안감도 가시지 않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고 보면 이 보다 더 중요한 과제도 없다. 이번 재보선에서 이긴 한나라당 등 야당 역시 국민들의 이런 바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