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초일류기업 경영자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종업원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가 있든 없든 경영진은 어떻게 하면 종업원을 만족시킬 것인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 때문에 경영목표를 세울 때도 회사는 종업원의 동의를 얻고 이를 통해 종업원의 참여의식을 높이고 있다. 한때 경영이 어려워도 해고하지 않기로 유명했던 IBM.이 회사는 90년대 후반 들어 경영환경이 급변,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노사 신뢰에 금이 갔었다. 하지만 종업원을 존중하는 경영철학 때문에 불신의 앙금은 쉽게 가라앉을 수 있었다. 창업자 토머스 왓슨 전 IBM 회장은 "생산성을 높여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근로자들을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대우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오히려 종업원들을 혹사시키는 관리자에 대해 불이익을 줬다. 그래서 IBM에서는 "회사에서 쫓겨나고 싶으면 아래 사람들에게 변덕스러운 모습을 보이거나 그들을 부당하게 대우하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이러다 보니 노사간 틈이 벌어질 까닭이 없는 것이다. 모토로라도 종업원 만족을 위해 최고경영자가 특별히 신경을 쏟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에서 10년 이상 근속한 노동자는 웬만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해고되지 않는다. 해고시에는 회장의 승인을 필요로 할 만큼 보호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종업원들의 애사심도 자연히 높다. 이 회사 종업원들은 모두 조그마한 명함크기의 카드를 지니고 있다. 이 카드의 전면에는 '총체적 고객만족'이라 쓰여 있고 뒷면에는 사원들의 신념,실천방법 등이 간단히 제시돼 있다. 즉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어떻게 목표를 달성할 것인가' 등 구체적인 행동지침 같은 것이다. 경영진은 "회사는 근로자가 원하는 것을 미리 알아서 해주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근로자들을 끔찍이 생각해 주고 있다. 통신네트워크 장비 분야에서 유럽 최대 규모인 지멘스는 사람을 중시하는 인사철학과 철저한 종업원 중심의 인사정책으로 노사화합을 유도하고 있다. 근무시간 자율선택제,재택근무제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생산성을 높인다. 종업원 자녀가 치료를 받을 경우 전액 지원해주는 복지 프로그램도 종업원의 근로의욕을 높여준다. 세계 최대 통신기업 중 하나인 AT&T사도 '개인에 대한 존중'을 최고의 경영목표로 세우고 있다. 90년대 초 14만명을 정리해고해 노사관계가 극도로 악화됐던 이 회사는 인간본위의 경영철학을 확립하면서 다시 노사간 신뢰를 형성해 협력적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인간존중과 함께 고객에 대한 헌신적 노력,최고수준의 성실성,개혁,팀 작업 등을 중시하는 경영을 펼치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