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여소야대 재편] 공공기관 이전·행정도시 궤도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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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인 열린우리당이 ‘4·30 재·보선’에서 과반수 이상 의석을 회복하는데 실패함에 따라 국정 운영에 상당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지난해 17대 총선에서 원내 과반을 거머쥐었던 열린우리당이 그간 숫자의 우위를 내세워 각종 정책을 이끌어왔다면, 여소야대(與小野大)가 된 지금 상황에선 더이상의 독주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당장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신행정도시 건설을 핵심축으로 하는 국가균형발전계획에 상당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밖에도 국민연금법 개정, 조세감면 혜택 확대 여부 등 경제·민생 관련 분야에서 여·야 간에 팽팽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특히 기업정책에서 출자총액규제 완화 등 규제개혁을 추진해온 한나라당이 선거에서 압승함에 따라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국가균형발전 차질 불가피
이번 선거 결과는 무엇보다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국가균형발전 시책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이달말께 이전대상과 이전지역(시도)을 결정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이 문제와 관련해선 국회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놓은 상태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여당은 단독으로라도 공공기관 지방이전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이 과반 다수당이 되지 못한 상태에서 단독 의견을 내놓기가 더욱 어려운 데다,지자체나 공기업들이 반발할 경우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당이 의지를 관철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행정도시 건설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간 한나라당은 행정도시 착공을 여당이 대통령 선거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2008년 이후로 늦춰야 한다고 주장해 온 반면, 열린우리당은 늦어도 2007년 하반기엔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모두 당선되고, 행정도시 예정지인 충남 연기·공주에서 여당 후보가 낙선한 것은 정부와 여당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업정책 여당 맘대로 될까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업정책에서의 격전도 불을 보듯 뻔하다는 진단이다.
핵심은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금융회사 의결권 제한 제도로 요약된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자산 6조원 이상의 대기업이 순자산의 25% 이상을 다른 기업에 출자하는 것을 막고 자산 2조원 이상 그룹에 속한 금융회사의 의결권을 일정 수준 아래로 묶는데 성공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이들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 2월 출총제 폐지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는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의 승리를 바탕으로 또다시 적극적인 정책개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경제·민생법안 곳곳 충돌 예고
3년째 표류하고 있는 국민연금법 개정작업이 오늘 6월 임시국회에서 또다시 간단하지 않은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은 연금액 감축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내놓았으나, 한나라당은 기초연금제도를 별도로 도입해 노인들에게 연금혜택을 확대하는 내용의 국민연금 개편론을 주장하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소의 실거래가 신고를 골자로 하는 부동산중개업법은 핵심사항인 부동산 경매 및 공매 입찰대리권을 공인중개사에게 부여하는 방안을 놓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대가 심해 6월 처리도 불투명하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