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잡기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에 개발예정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의 땅값이 무서운 기세로 오르고 있다. 특히 충남 연기·공주(행정도시),전남 해남·영암·무주(기업도시),경기 파주,충남 아산(신도시) 등 대형 개발호재를 안고 있는 지역의 땅값이 정부의 규제(토지거래허가구역 및 토지투기지역 지정)에도 아랑곳 않고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부동산시장 안정 및 투기억제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땅값 상승세가 치유할 수 없는 망국병으로 악화되고 있다"며 땅값을 잡지 못할 경우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균형발전 전략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토지 매입비용이 늘어나면 정부재정(토지보상)은 물론 기업(공장용지),소비자(아파트 분양가 등)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1일 건설교통부는 지난 3월 전국 땅값이 전월대비 0.348% 올랐다고 발표했다. 1분기 전체로도 전 분기대비 0.758% 올랐다. 건교부는 지난해 1분기 상승률(1.36%)보다 상승폭이 둔화되는 등 전반적인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설명과 달리 행정도시·기업도시·신도시 등 개발재료가 있는 대부분 지역은 땅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행정도시 예정지인 충남 연기군의 경우 지난 3월에만 6.341% 올라 전국 평균 상승률의 18배에 달했다. 또 행정도시 배후권인 충남 계룡시도 지난 3월 한 달 새 4.2%,공주.아산도 1.1% 각각 올라 땅값 상승을 주도했다. 1분기 전체로도 충남 연기군이 9.56% 올라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1분기 중 1% 이상 오른 시.군이 무려 31곳에 달했다. 하지만 실제 땅값 상승률은 이보다 2~3배가량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발표한 공식 땅값 상승률은 3.86%였다. 하지만 올해 초 표준지 공시지가 조사결과 밝혀진 지난해 실제 땅값 상승률은 11.7%에 달했다.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 26.2% 중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14.5%였고 실제 땅값 상승률은 11.7%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집값 잡기에만 매달릴 뿐 이렇다 할 땅값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반쪽 정책'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1분기 집값 상승률이 2~3% 안팎인 서울 강남·송파·서초구 등 강남권 주택시장에 대해 건교부,경찰,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부처를 총동원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상황이 훨씬 심각한 토지시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값보다 땅값 상승에 따른 부작용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땅값이 오르면 정부와 기업의 토지보상비 및 공장부지 매입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고 이렇게 오른 땅값은 아파트분양가 등 모두 소비자가격에 고스란히 전가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기업·소비자 등 시장참여자 모두가 엄청난 부담을 떠안게 되고 결국 국가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행정도시,공공기관이전,기업도시 등의 지역균형발전계획은 한마디로 '선도 프로젝트'일 뿐"이라며 "땅값 상승으로 기업 등 민간부문의 부담이 늘어날 경우 지방이전이 어렵게 돼 자칫 국가균형발전 전략 자체가 발목잡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