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와 빌딩등 사업용 부동산 값의 폭등이 유통길목을 막고있다면 아파트값 폭등은 소비수요를 차단하고있다. 과거엔 저소득층에 국한된 분석이었지만 최근 몇년새 강남을 중심으로 분양가격이 급등하면서 연봉 1억이 넘는 고소득전문직들마저 집값 부담으로 소비생활을 희생당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대형 로펌에 다니는 변호사와 결혼한 김모씨(29)는 얼마 전 둘째를 출산한 후부턴 외식 여행 등 소비지출을 절반으로 줄이거나 일부는 아예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두 아이 교육과 '내집 마련 계획'을 세우다 깜짝 놀랐다. 강남의 25평대 아파트값이 4억~5억원으로 크게 뛰었고 새 아파트 분양가격도 계속 뛰고 있다는 얘기를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앞으로 3백만원씩 3년 이상을 꼬박꼬박 저축해야 25평대의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 먹고 외식하기도 쉽지 않다"고 전한다. 김씨는 내집마련을 위해 저축을 늘리면서 외식하는 횟수를 줄였다. 1인분에 2만~3만원 하는 고깃집은 한 달에 한 번 꼴도 안간다는 것. 김씨의 남편이 가져다 주는 돈은 한 달에 8백60만원가량. 각종 세금 및 자동차 할부금을 빼면 약 3백50만원이 남는다. 여기다 아기 분유값과 남편 용돈을 제하면 남는 돈은 1백만원가량. 그것도 시부모님 용돈과 경조사비를 빼면 김씨 손에 떨어지는 돈은 얼마되지 않는다. 게다가 자라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김씨가 내집마련에 부을 수 있는 몫은 점점 줄어든다. 3세인 첫아이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 내집마련을 위한 저축마저 줄여야 할 판이다. 김씨는 "결국 결혼부터 내집마련까지 7~8년이 걸리는 셈"이라며 "이마저도 앞으로 집값이 오르면 더욱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김씨는 "상황이 이러니 백화점에서 맘 놓고 쇼핑도 못한다"면서 "마지막으로 쇼핑한 것이 지난해 8월"이라고 털어놨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