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요 개발예정지의 땅값 상승세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정부가 행정도시나 공공기관 지방이전,기업도시 건설 등 각종 국가균형발전 시책을 추진하면서 ‘선(先) 투기억제-후(後) 개발’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땅값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가파른 상승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참여정부가 ‘올인’하고 있는 국가균형발전 전략이 땅값에 발목을 잡혀 미완의 프로젝트에 그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개발예정지는 어김없이 크게 올라 1분기 땅값이 전반적인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개발재료가 있는 지역은 대부분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도는 상승률을 보였다. 행정도시가 들어설 충남 연기군의 경우 3월 한 달간 상승률이 무려 6.341%로 전국 평균(0.34%)의 18배,1분기 전체(9.56%)로도 전국 평균(0.75%)의 12배나 올랐다. 특히 인근의 충남 계룡시는 3월 한 달에만 4.2% 올랐고 공주(2.16%) 논산(0.79%) 금산(0.93%) 등도 덩달아 올라 땅값 상승세가 주변으로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3월 땅값 상승률 상위 10곳 가운데 8곳이 행정도시 예정지 인근이었다. 기업도시 후보지도 지난달 15일 시범사업 신청을 마감했을 뿐인데도 땅값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올 들어 전북 무주(1분기 1.78% 상승),충남 태안(1.62%),전남 영암?해남(1.35%?1.29%),강원 원주(0.82%) 등 기업도시 후보지의 땅값 상승률이 전국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토지거래량도 마찬가지다. 특히 전남의 경우 3월 들어 기업도시 신청지역인 해남?영암?무안군을 중심으로 토지거래가 급증하면서 필지 기준으로 전년 동기대비 65.7%,면적은 76.4%나 증가했다. ○맥 못추는 투기억제 제도 더욱 문제는 땅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 지역 대부분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나 토지투기지역 등으로 묶여 있는데도 값이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시행 중인 각종 규제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1분기 땅값이 1% 이상 오른 전국 31개 시?군?구 가운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은 충남 태안과 청양 2곳뿐이다. 양도세를 실거래가로 내야 하는 토지투기지역에도 1분기 상승률 상위 10위 가운데 8위까지가 포함돼 있다.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규제수단이 사실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땅값 상승이 무서운 까닭은 땅값이 오르면 우선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하는 정부나 공기업들의 재정부담이 늘어난다. 토지보상비가 늘기 때문이다. 행정도시가 들어설 충남 연기.공주지구만 해도 지난해 땅값이 급등한데다 계획이 지연되면서 보상비(올해 표준지공시지가 기준)가 지난해 공시지가로 보상할 때보다 무려 1조~2조원 안팎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공장을 지을 땅값이 오르면 원가부담이 높아져 생산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더욱이 정부의 균형발전정책에 맞춰 지방으로 공장을 옮기려 해도 땅값이 오르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땅값상승은 아파트 분양가 등의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부담이 커지게 된다. ○대책은 없나 전문가들은 특히 정부가 개발예정지보다 예정지 인근의 땅값불안을 차단할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도시나 신도시 등의 경우 예정지에서 나오는 개발이익은 기반시설 설치비용 등으로 거둬들이고 있지만 주변지역은 이익(땅값차익)을 사실상 땅주인이 모두 가져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땅값불안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정작 개발예정지보다 가만히 앉아 땅값차액을 모두 가져가는 주변지역"이라며 "양도세 비과세제도 등을 공제제도 등으로 전환하고 실효세율을 높이는 한편 각종 부담금 등 개발이익 환수장치를 정비해 불로소득을 일부라도 환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