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은 가정의 달.바쁘다는 이유로 지나쳐버린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볼 때다.


부모와 자식이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만 숨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묻혀 안부전화 한번 하기도 벅찬게 현실이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자식이 어버이에게 보내는 편지 두편을 공개한다.


롯데백화점 홍보실 이순주씨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에게,신세계 백화점부문 기획관리팀 강은희씨는 아버지에게 평소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편지에 오롯이 담았다.


부모에 대한 사랑과 존경심이 느껴지는 편지를 보며 오랫동안 뵙지못한 부모님께 오랜만에 편지 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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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막내입니다.


편안히 잘 지내고 계신지요? 어머니,제가 사는 이곳 서울에도 봄이 왔습니다.


햇살이 따뜻한가 싶더니,어느새 가로수가 푸른 빛을 내 봄이 완연합니다.


하지만 푸르다 못해 눈이 부신 고향의 봄에 비할 수가 있을까요.


어머니! 이 계절이면 고향 산천에는 사과 꽃이 한창일 테지요.


검게 그을렸지만 그 속에서 정겹게 웃고 계실 어머니의 얼굴이 5월을 맞아 무척이나 보고 싶습니다.


서울 살이에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 뵙지도 못하고 저녁마다 드리는 짧은 안부전화에 늘 죄송한 마음이네요.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때 수련회 가서 연필로 눌러쓴 '부모님 전상서'와 이등병시절 군사우편후 처음으로 편지다운 편지를 쓰는 것 같습니다.


응석받이 막내라 늘 걱정스러울 테지만 잘 살고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5월 8일이 어버이 날입니다.


어머니! 이제 그 이름이 제게는 어버이를 아우르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개나리가 피는 3월이면 황망히 저 세상으로 일찍 떠나신 아버지의 모습이 어머니와 모습과 겹쳐 떠오르는 바람에 애잔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스스로 찾아오는 계절의 기억을 어찌 감당해야 할까요?


그 때 본 어머니의 눈물이 제게는 잊을 수 없는 슬픔입니다.


청천벽력의 연락을 받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그 시간이 그렇게도 더디게 느껴졌는데,힘겹던 아버지의 생사 갈림길을 끝까지 지켜주시고 뒤늦게 도착한 불효자를 붙잡고 참고 참던 눈물을 하염없이 쏟으셨죠.그날 어머니의 눈물이 저를 바꿔 놓았습니다.


어머니! 잘 기억하지 못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제 기억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늘 조용하시고 꼼꼼한 성격이신 탓에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혼자 속앓이가 많으신 편이죠.외할아버지 장례 때입니다.


모두가 호상이라고 축제같은 초상을 치르는 가운데 마지막 상여가 나가는 그 길목에서 절규에 가까운 어머니의 눈물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때 상여를 붙잡고 그러셨죠."아이고,우리 아버지"라고 말이죠. 외삼촌과 이모들은 모두 "아버지"라고 외마디로 외치건만 유독 어머니만 "우리 아버지,우리 아버지"라고 하셨답니다.


장성한 동생들 앞에서도 은연중에 맏딸 역할이 떠올랐을까요? 어머니는 그런 분이십니다.


표현하지 못한 속내로 인해 때론 스스로 힘들지라도 참고 인내하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이 제게 인생의 교과서처럼 느껴집니다.


어머니! 이제 힘든 일 그만하시고 막내에게 효도 받으시면서 편히 사십시오.착하고 이쁜 며느리와 함께 말이죠.


어머니! 5월말이면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갑니다.


어머니 좋아하시는 텃밭이랑 장독대를 베란다에 만들어 두었습니다.


저녁식사 후면 어머니 좋아하시는 '굳세어라 금순아'도 보고 아파트 한바퀴,동네 한바퀴 산책한 뒤에 가족들끼리 오순도순 모여 10원짜리 고스톱을 치면서 그렇게 평온하게, 그렇게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어머니 다음주에 내려갈게요.


어머니 예뻐하시는 며느리와 함께 관절염에 좋다는 글루코사민,찜질 팩 사들고 찾아뵙겠습니다.


행여 걱정하실까봐 버스대신 기차 타고 가니 맘 편히 계세요.


제 걱정하시는 정성에 비할 바 아니지만,어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히 사셔야 돼요,나의 어머니.


막내 순주 올림 <롯데백화점 홍보실 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