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기 < 변리사 ㆍ mgpaik@ip.kimchang.com > 최근 우리나라 엘리트 관료들의 산실로 알려진 경제부처에서 잘나가던 중견 관료들이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개방형 공직 제도를 통해 상당수 민간인이 자신의 전문지식을 공공부문에서 활용하는 경우도 뉴스거리로 등장한다. 공직과 민간의 이분법적 고유 영역이 깨지고 능력과 자질을 갖춘 전문가들이 회전문처럼 자리를 이동하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인 것 같다. 이 같은 인재 교류 방식은 국가적으로 인재 풀을 공동 활용한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정부와 민간이 상대방을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에 더욱 좋다.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은 실제 경험에서 나올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공직과 민간부문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경쟁하는 시장'의 존재 여부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경쟁은 경제의 효율을 높이는 지고(至高)의 선(善)으로 언급하지만 실제 시장에서의 경쟁은 힘들고 피곤하다. 경쟁의 양상이 범지구촌으로 확대되면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민간으로 진출하는 공직자는 시장에서 자신을 입증하고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므로 민간에서의 삶은 좀 더 결과 지향적이어야 한다. 또 공직으로 진출하는 민간 전문가는 '경쟁하는 시장'은 없지만 사익이 아니라 공익이라는 새로운 잣대를 가지고 씨름해야 한다. 개별 사업의 수익보다는 국가 경제 전체를 보는 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골프에 비유하자면 행정부에서는 드라이버 샷이 중요하다. 원대한 비전을 담은 정책 프로그램 없이는 국민을 설득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필자의 경험으로는 민간에서는 퍼팅이 더욱 중요한 것 같다. 아무리 멋진 계획이 있어도 그것을 수익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것이 시장경제 속의 민간 기업이다. 그래서 골프 애호가들이 이야기하는 '드라이버 샷은 쇼이고,퍼팅은 현금'이란 말이 실감난다. 그런데 이제는 정부도 다른 선진국 정부와 경쟁해서 더 나은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고객인 국민과 기업에 대한 서비스와 정책 품질이 더욱 중요해지는 무한 경쟁 시대에 접어들었으니 정부와 민간의 이분법적 구분은 점차 어려워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