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지난 2001년 6월 도입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4년여 만에 위헌심판을 받게 됐다. 채권협의회 의결만으로도 구조조정을 강제할 수 있게 한 핵심 조항에 대해 법원이 '자유시장경제 질서와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말이 시한인 기촉법을 몇년간 연장하려는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등의 논의는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로 미뤄지거나 아예 처음부터 위헌소지를 없애는 대안으로 방향을 바꿔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촉법은 채권금융회사들이 지난 1998년 6월 만든 '기업구조조정촉진 자율 협약'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법률로서 강제력을 부여하기 위해 2001년 도입된 한시법안이다. ○강제성이 헌법에 위배 서울고법 민사1부(노영보 부장판사)는 2일 현대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채권은행협의회를 통해 현대건설에 대한 출자전환을 결정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은 3개 금융사를 상대로 낸 출자전환 이행청구 소송과 관련,청구 근거가 되는 기촉법 17조 1항, 27조 1ㆍ2항에 대해 재판부 직권으로 위헌심판을 제청했다고 밝혔다. 위헌소지가 있는 만큼 최종 판단을 위해선 헌재의 해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제청 이유다. 법원이 문제삼은 조항은 채권은행들로 구성된 협의회가 75% 찬성으로 각종 사안을 의결하면 채권은행은 이를 따라야 한다고 규정한 '강제성'관련 조항이다. 법원은 '부실징후 기업'에 대한 채권재조정이나 신규 신용공여를 결정하면 총 담보채권액의 4분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채권은행의 찬성을 거쳐야 효력을 갖게 되고 다른 채권은행들도 이를 따라야 한다는 조항이 자유시장경제 질서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채권은행에만 채권재조정,추가자금 지원 등을 부담시키고 일반ㆍ해외채권자에는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기촉법 연장 시도에 제동 걸려 위헌 논란속에서 4년여간 '악역'을 맡았던 기촉법을 연장하려는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일단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재경부와 금감위는 이 법이 외환위기 직후와는 달리 절실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하면서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자는 취지에서 시한을 몇년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