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가 국내 최초로 실시한 국가만족도(NSI) 조사는 국민들이 고객의 입장에서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기업과 정치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렸다는 점. 기업의 국제경쟁력에 대한 평가는 전체 항목중 두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국회 만족도는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다. 지용근 글로벌리서치 대표는 “국가만족도가 전반적으로 저조한 가운데 기업들에 대한 평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이는 향후 정부의 경제정책이 기업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걸 시사한다”고 말했다. 낙후된 정치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 국제경쟁력 최고,물가는 최악 경제분야 세부 항목에 대한 평가에서 기업의 국제경쟁력에 대한 만족도는 48.3으로 전체 국가만족도(36.0)는 물론 전체를 통틀어 치안.방범(51.3) 다음으로 높았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이 상당 부분 진행된데다 최근 몇년간 일부 대기업들이 눈부신 실적을 거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경제관련 정부 정책에 대한 만족도는 33.7로 경제분야 만족도(35.6)보다 낮았다. '기업은 2류,공무원은 3류'라는 한 재벌총수의 평가가 국민들의 의식에도 자리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부의 목표치인 3%대로 안정돼 있음에도 불구,물가에 대한 만족도(25.0)가 경제분야 세무 항목의 만족도 중 가장 낮은 점도 흥미롭다. 이는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식료품 등 1백56개 항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 상승률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제분야 해결 과제로는 실업문제 해결을 꼽은 사람이 31.3%로 가장 많았다. ○국가만족도 낙제 주범은 국회 이번 국가만족도 조사를 구성하는 세부항목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은 국회였다.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만족도는 22.1로 전체 국가만족도(36.0)는 물론 정치분야 만족도(30.2)를 낮추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해 대통령 탄핵 사건이후 정점에 달했던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17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정치발전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묻는 질문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대다수(73.9%)가 국회정상화와 관련된 답(국회안정 25.9%,양심적 정치활동 25.7% 등)을 내놨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만족도가 45.4로 국회는 물론 행정부 전체에 대한 만족도(36.7)를 훨씬 앞서고 있다는 점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교육 경쟁력 개선 시급 사회복지 교육 치안.방범 등으로 구성된 사회분야에 대한 만족도(42.1)는 정치·경제분야 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치안.방범에 대한 만족도는 51.3으로 전체 세부항목에 대한 평가 중 유일하게 50점(보통)을 넘어섰다. 국민들은 최근 몇년간 각종 강력 범죄가 늘고 있음에도 한국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그나마 안전한 국가로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26.4로 크게 낮았다. 흥미로운 것은 교육환경이 비교적 잘 갖춰진 대도시 거주자들의 만족도(23.5)가 읍.면 등 시골지역 거주자들의 만족도(35.3)보다 훨씬 낮았다는 점이다. 이는 대도시의 경우 부모들의 교육열과 경쟁이 보다 치열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사회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전반적 사회복지 개선(16.8%)'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11.9%)' 등 사회복지 개선에 관련된 응답이 29.1%로 가장 많았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