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평재 창작집 '어느날, 크로마뇽인으로부터'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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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하고 도발적인 상상력으로 인간 내면에 깃든 추악함과 공격성을 폭로해온 소설가 이평재씨(46)가 7년 만에 두 번째 창작집 '어느날,크로마뇽인으로부터'(민음사)를 펴냈다.
책은 모두 8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각 작품마다 작가가 직접 그린 삽화가 세 컷씩 들어 있는 점이 특이하다.
그림의 종류도 수채화,일러스트,만화 등으로 다양하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작가의 이 그림들은 환상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표제작 '어느날…'은 3만5천년된 크로마뇽인 유령과 만난 뒤 성기가 작아지는 증상에 시달리는 한 형사의 이야기다.
인질범 설득을 전문으로 하는 형사인 '나'는 여자에게 '사랑은 없다'는 신념을 갖고 사는 인물이다.
많은 여자와 섹스를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여자를 경멸하는 '나'에겐 아내의 외도와 이혼이라는 트라우마(정신적 외상)가 있다.
그 앞에 나타난 크로마뇽인 유령은 주인공의 결핍되고 비틀린 욕망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확대경과 같은 존재다.
점점 작아져서 자신의 성기가 있던 자리(구멍)로 빨려 들어가 사라져 버리는 주인공은 자신의 욕망 때문에 파멸에 이르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앤디를 위하여'나 '사이렌,사이렌' 등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가의 글쓰기가 SF적 상상력과 만나 문명비판적인 판타지소설의 외양으로 나타난 경우다.
문학평론가 방민호씨는 "이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남성들과 여성들의 병리적인 정신세계,여기에 결부된 환상적인 그림들은 그로테스크한 환상성이 오늘날 우리 한국문학을 구성하는 중요한 경향임을 설득력있게 보여준다"고 평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