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을 둘러싼 북한과 미국간 '기싸움'이 강경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북·미 양측 모두 상대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을 계속하고 있고 정부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은 2일(현지시간) 북한이 지난 1일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데 대해 "일련의 도발적 행위의 계속이며 북한의 고립 심화에 기여할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는 애초의 "놀랄 일이 아니다"는 폄하 발언과는 다른 것으로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의 수위를 높인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모든 종류의 '실질적인(significant)' 억지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이 말한 '모든 종류의 억지력'은 재래식 군사력은 물론 핵과 미사일까지 포괄하고 있으며 '실질적인'이라는 표현도 강력한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에 들어갔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면서 직접 당사자인 일본 등 관련국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등 동아시아 지역 전체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특히 북한은 1일뿐만 아니라 지난달 29일에도 동해상을 향해 미사일 실험을 실시하는 등 '무언의 시위'를 통해 미국의 대북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어떠한 징후도 포착되지 않았으며 미국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통보받은 바 없다"며 핵실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미간 대치구도의 심화는 결코 북핵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며 "현재로선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외교적 수단을 통한 분위기 조성에 주력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