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법원 부동산 경매 낙찰률(경매 물건수 대비 낙찰 물건수)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도 작년 하반기 이후 상승세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낙찰률이 상승하고 있는 이유로 먼저 부동산 경매의 인기를 꼽고 있다. 아파트와 토지 등을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경매시장에 몰려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디지털태인 이영진 부장은 "요즘엔 괜찮은 아파트와 토지 물건에 대해서는 낙찰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수십 명씩 몰리기 일쑤"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감이 배경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심리도 낙찰률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산하의 강은현 실장은 "요즘 경매시장에 나가보면 투자자들이 '낙찰부터 받고보자'는 조급증을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시간이 갈수록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해 선(先)투자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민사집행법 개정으로 경매절차가 대폭 간소화된 점을 낙찰률 상승의 배경으로 꼽기도 한다. 김진현 대일건설컨설팅 대표는 "법개정이 낙찰자에게 상당히 유리한 쪽으로 이뤄져 일반인들도 쉽게 경매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경매에 대해선 규제가 비교적 덜하다는 점 △외환위기 이후 쏟아졌던 우량 매물을 저가에 낙찰받아 '쏠쏠한' 재미를 본 '경매고수'들의 입소문 등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전조인가 시중 부동자금이 경매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향후 집값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 실장은 "과거에 경매시장 움직임은 일반 경기흐름에 후행했지만 요즘엔 동조를 지나 선행지수 역할을 한다"면서 "일부에서는 경매 낙찰률 및 낙찰가율 상승세가 일반 부동산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자 한동안 관망세를 보이던 부동자금이 경매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경매시장의 활황이 부동산 가격 불안정의 전조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디지털태인의 이 부장은 "향후 부동산시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경매가 활기를 띤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부의 규제가 심한 일반 부동산을 피해 틈새시장인 경매시장으로 부동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