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 수행 중에 색욕(色慾)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화두를 들다가 안되면 주문을 외우거나 화두를 염송해도 될까. 졸음이 밀려오면 어떻게 극복할까. 평생 참선 수행에 매진해온 선사들이 이런 문제들에 대해 속시원하게 대답한 '조계종 수행의 길-간화선(看話禪)'(조계종교육원)이 나왔다. 지난 2002년 11월 각화사 선덕 고우 스님 등 선원장급 스님 15명으로 편찬추진위원회를 구성,10여 차례의 회의 끝에 출간한 조계종 최초의 간화선 수행 지침서다. 이 책은 달마로부터 시작되는 조사선의 흐름과 12세기에 대두된 간화선의 실체와 특징,실제로 화두를 받아 수행하는 방법,수행 중 겪게 되는 잠과 들뜸 몽롱함 상기병 색욕 등 여러 가지 장애물을 극복하는 방법 등 간화선 수행의 전 과정을 실제 체험을 중심으로 세세히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색욕이 일어날 때는 그 대상이 흙과 물,불과 바람으로 변해 흩어지는 모습을 떠올려 보라고 조언한다. 색욕이 허망한 것임을 알아차리라는 것.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색욕이 일어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화두를 드는 것"이라고 지침서는 안내한다. 졸음이 올 때는 어금니를 악물고 두 눈을 또렷이 뜬 채 심호흡을 깊고 느리게 반복하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허리를 곧게 편 채 코 앞에 천길 절벽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졸음을 쫓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른바 말길과 생각의 길이 끊어진 세계를 말로 표현한다는 것이 쉬울 수는 없다. 지침서 편찬에 참여한 충주 석종사 선원장 혜국 스님은 "설명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것(간화선)을 설명해야 하는 것이 간화선의 위기"라며 "이런 설명(지침서)도 옛 선사가 보면 몽둥잇감"이라고 말했다. 4백37쪽,1만5천원. 한편 조계종은 홈페이지(www.buddhism.or.kr)에 '간화선 정보센터'를 개설해 선 수행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또 영어 중국어 일어로 간화선을 소개하는 국제 사이트도 올해 안에 마련키로 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