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죠.조금만 도와주면 살 수 있다고요.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검토해 보겠다'는 말뿐이었어요. 다 죽고 난 뒤에야 대책이란 게 나왔군요. 이런…." 최근 법원으로부터 청산 선고를 받은 중견 휴대폰 업체 텔슨전자의 직원이었던 A씨는 3일 가슴을 치며 안타까워했다. 정부가 이날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한국 수출입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이 1년 전에만 나왔어도 회사가 망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A씨가 '1년 전에만 나왔어도'라고 말한 수출입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은 수출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법령이다. 6개월 미만 대출해 줄 수 있는 대상에 중소 규모 자본재뿐만 아니라 휴대폰과 같은 첨단 소비재도 들어가 있다. 첨단업종 중소기업들이 자금 등의 이유로 수출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반영된 게 이번 개정안이다. A씨는 그 당시에 지금처럼 첨단 소비재에 대한 지원책이 있었다면 잘나가던 많은 중견기업들이 쓰러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텔슨의 경우 당시 중국 수출물량을 충분히 확보해놓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만 도움을 줬다면 위기를 넘겼을 것이라고 했다. 텔슨전자는 2003년 삼성전자 등 '빅3'를 제외한 중소 휴대폰 업체들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담은 한 은행의 내부 보고서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뒤 은행들의 대출 회수에 몰려 쓰러졌다. 맥슨텔레콤 세원텔레콤 스탠더드텔레콤 등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도 비슷한 시기였다. 업계에 재편 회오리를 몰고 온 '빅3 재편 보고서'가 혜안을 가지고 미래를 제대로 예측한 것인지,보고서 때문에 산업구조가 재편된 것인지는 지금도 불분명하다. 문제는 이렇게 쓰러진 휴대폰 업체의 우수 엔지니어들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갔고 이제 부메랑이 돼 한국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A씨는 "첨단 업체들이 뒤늦게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둔덕이 생긴 것은 만시지탄"이라면서 "법령이 개정돼 도움을 받게 될 기업들이 부럽다"며 전화를 끊었다. 김동욱 IT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