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는 식물의 생장에 절대적이다. 그러나 흙 속엔 t당 25g밖에 없고, 공기 중엔 78%나 있지만 원자끼리 너무 단단하게 결합돼 그대로는 무용지물이다. 공기 중의 질소를 수소와 결합시키는 하버와 보슈의 암모니아 합성법이 인류를 기아에서 구해낸 위대한 발견으로 여겨지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암모니아 합성으로 비로소 질소를 공급하는 화학 비료의 생산이 가능해졌고 그 결과 단위면적당 곡물 생산량이 여섯 배나 증가한 까닭이다. 그러나 하버 보슈법에 따라 암모니아를 만들자면 섭씨 5백도,2백 기압이라는 엄청난 조건에 촉매가 필요하다. 고압을 견디고 수소 부식을 막는 설비가 요구되는 것도 물론이다. 그런데 콩과 식물의 뿌리에 기생하는 뿌리혹 박테리아는 상온에서 공기 중의 질소 분자를 활용,암모니아를 만들어낸다. 계속된 경작으로 피폐해진 땅에 콩을 심으면 토질이 나아지는 건 바로 이런 결과다. 자연의 힘은 이처럼 신비하다. 자연은 지금도 현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무수히 일으킨다. 비타민 D도 비슷하다. 비타민 D는 성장기 어린이의 뼈 형성을 돕고 면역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백혈병 유방암 림프암 대장암을 억제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등 인체의 성장과 기능 유지에 중요하다. 부족하면 골격이 휘어지는 구루병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인슐린 분비와 당 대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신기하게도 햇볕을 쬐면 저절로 생기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음식으론 보충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때문에 볕나는 날이 30일밖에 안되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등에선 해만 나면 일광욕을 하고 겨울 동안엔 아이들에게 인공 조명을 통해 자외선을 쬐어 준다. 사철 햇볕 좋은 국내 여성들의 비타민D 수치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보도다. 햇볕이 기미 주근깨 주름살의 주범이라고 알려지면서 사시사철 자외선을 차단하는 사람이 늘어난 결과 같다고 한다. 햇볕이 부족하면 비타민 D의 부족 현상은 물론 우울증이 생길 확률도 높다고 돼 있다. 뽀얀 피부도 좋지만 가끔은 빛나는 태양 속으로 걸어들어가 봐야 한다는 얘기다. 자연의 힘과 신비로움에 순응하면서 말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