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앤큐리텔이 3일 SK텔레콤의 휴대폰 자회사인 SK텔레텍을 전격 인수키로 한 것은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이 세계 휴대폰 시장‘빅5’를 향해 던진 또 하나의 승부수로 풀이된다.


국내 최대 이동통신 업체인 SK텔레콤으로선 정부의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어 이번 인수는 두 회사간‘윈-윈’모델로 분석된다.팬택앤큐리텔과 팬택을 거느리고 있는 팬택계열은 SK텔레텍을 인수함으로써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LG전자와 2위를 다투는 차원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메이저’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왜 인수했나


지난해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하려다 실패한 팬택계열로서도 '스카이'브랜드로 고급 이미지를 갖고 있는 SK텔레텍을 인수할 만한 메리트가 충분했다.


그동안 내수시장에서 2위인 LG전자와 시장점유율 격차 1∼4% 안팎으로 뒤져 있던 터에 '스카이' 인수는 2위 고지를 굳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팬택계열 고위 관계자는 "SK텔레텍을 인수하더라도 '스카이'브랜드를 계속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팬택앤큐리텔'과 '스카이' 등 듀얼 브랜드 전략으로 국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SK텔레텍이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인 핀란드 노키아에 제조자설계생산(ODM) 방식으로 대량의 휴대폰을 공급키로 한 점도 인수 매력으로 꼽힌다.


SK텔레콤과 팬택앤큐리텔이 미국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을 비롯 해외시장 개척과 확대를 공동으로 추진키로 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의 규제 탈피


SK텔레콤으로선 최대 이동통신 업체가 휴대폰 제조 자회사를 키워 수직계열화하려 한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동안 KTFLG텔레콤은 물론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휴대폰 제조업체들도 SK텔레콤의 수직계열화에 대해 강력 반발하는 입장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01년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합병을 인가할 때 SK텔레콤이 자회사인 SK텔레텍으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는 휴대폰 물량을 2005년 말까지 연간 1백20만대로 제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분이 3분의1 수준으로 줄어 2대주주가 됐지만 시장 안팎의 규제와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데다 팬택앤큐리텔과 비즈니스 측면에서 시너지(상승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시장 '빅5' 향한 발판


팬택계열은 SK텔레텍을 인수함으로써 '그룹'의 위상을 갖추게 됐다.


팬택계열 올해 매출목표인 4조2천억원에 SK텔레텍의 지난해 매출 5천5백25억원을 더하면 5조원에 근접한다.


팬택계열은 SK텔레텍 인수를 계기로 세계'빅5' 휴대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공격적인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팬택계열 창업자인 박병엽 부회장은 2001년 12월 적자에 허덕이던 현대전자 휴대폰 사업부문'현대큐리텔'을 인수,1년만에 흑자기업으로 만들었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대우종합기계 인수에 실패한 뒤 "세계 휴대폰 업계는 앞으로 3년안에 대대적인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빅5' 정도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