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엉뚱한 실수로 3일 뉴욕 증시가 급락 후 급반등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FRB는 3일 오후 기준금리를 연 3%로 올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발표한 성명서에서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잘 통제되고 있다'는 문구를 실수로 빠뜨렸다. 지난 3월22일 성명서에 있었던 이 문구가 없어진 것을 본 투자자들은 FRB가 예전보다 훨씬 더 인플레를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일제히 주식 매각에 나섰다. FOMC 회의 후 발표되는 성명서는 FRB의 향후 금융정책을 관찰하는 전문가들에겐 문구 하나,토씨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종의 '교본'으로 간주된다. 그런 성명서에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인플레에 관한 평가 문구 하나가 쏙 빠졌으니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 더욱이 점진적인 금리인상이나 단기 인플레이션 압력 같은 내용은 지난번 성명서와 거의 똑같았기 때문에 빠진 내용은 더 부각됐다. 이로 인해 다우존스 지수는 곧바로 내림세로 돌아서 오후장이 마감되기 10분 전까지 전날보다 43포인트 빠졌다. 그러나 장이 끝나기 불과 4분 전인 오후 3시56분 FRB가 실수로 문제의 장기 인플레이션 문구를 빠뜨렸다며 이 문구를 포함한 정정 성명서를 냈다는 보도가 전해지자 주가는 이내 급반등세로 돌아섰다. 이날 다우는 5.25포인트 오른 10,256.95로 마감됐다. 몇 분만에 주가가 50포인트나 움직인 것이다. 갑작스러운 상승세는 투자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특히 FRB의 첫 성명서만을 보고 주식을 매각한 투자자들은 방어할 틈도 없이 적지 않은 손해를 봤다. 로드 애버트의 선임주식트레이더인 팀 크리민스는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FAO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브루스카는 "FRB가 너무나 부주의하고 단정치 못하다"며 "중요한 문장이 통째로 빠지는 일이 생기면 어떻게 단어 하나 하나를 음미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정 성명서를 내는 시점을 두고도 논란이 많았다.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이 끝난 뒤에 냈어야 했다는 주장에 대해 실수를 안 이상 즉시 정정하는 게 옳았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며 시끌벅적한 하루를 보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