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스포츠 스타들이 '은행대전(大戰)'의 최전선에서 저마다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때 코트와 그라운드를 누볐던 운동선수 출신 은행원들이 최근 격화되고 있는 영업경쟁에서 특유의 승부근성과 돌파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는 것. 금융계 여성 파워의 리더격인 김선주 제일은행 상무(52).그는 숭의여고 재학 시절 유명한 농구선수였다. 그러나 제일은행 입사 1년 만에 농구를 접고 은행원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2000년 압구정동 로데오 지점장을 맡은 지 1년 만에 수신액을 두 배로 늘린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현재는 제일은행 운영지원단을 이끌며 영업전쟁을 후방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순희 조흥은행 숙명여대 지점장(53)도 농구 코트의 열정을 은행 영업 무대로 옮겨 성공한 케이스다. 1970년 숙명여고를 졸업하고 농구선수로 입행한 그는 반포터미널 출장소장과 삼풍 지점장 등을 거치면서 은행장 표창을 세 번이나 받았다. 숙대 지점장을 맡아서는 지난해 상반기 경영종합평가 1등급,3분기 영업 기반 확충 캠페인 최우수상,하반기 신용카드 실적 1위 등 각종 행내 상을 휩쓸었다. 올 들어서도 적립식 상품 캠페인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80년대 후반 국가대표 명가드로 농구 코트를 휘저었던 정재섭 기업은행 풍납동 출장소장(42).그가 2000년 서소문 지점 과장 시절 한 재일동포로부터 8백억원의 예금을 유치한 일은 지금껏 이 은행의 전설이다. 또한 2002년에는 39세로 최연소 점포장이 되기도 한 그는 풍납동 출장소를 맡아 단번에 개인과 기업 고객 양대 분야에서 우수 점포로 올려놓기도 했다. 기업은행에는 정 지점장 외에 농구팀 출신 지점장과 차·과장급 22명이 영업 현장을 달리고 있다. 하나은행에는 옛 서울은행 실업축구팀 출신 20여명이 지점장과 마케팅 팀장 등을 맡아 총성 없는 영업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가운데 링커로 활약했던 서울 화양동 지점 황재군 차장(46)은 부동산중개소에 떡을 돌리는 이색 마케팅으로 1백억원의 부동산 담보대출 실적을 올리는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80년대 초반 축구 국가대표 출신인 김성호 우리은행 연수원장(48)은 옛 상업은행 축구팀 선수에서 금융인으로 변신한 뒤 명동 지점과 소공동 지점 등을 거쳐 현재는 은행전쟁의 '전사'를 양성하고 있다. 이 은행에는 김 원장 외에도 다섯 명의 옛 한일은행 축구팀 출신 지점장이 영업 일선을 지휘하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