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부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알고 지낸 지는 8,9년쯤 됐다"며 "몇달전에 만나 SK텔레텍 문제를 상의하기 시작했다"고 인수 뒷얘기를 밝혔다. 최 회장과 박 부회장이 SK텔레텍 문제로 처음 만난 것은 'SK텔레텍 규제'(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 조건으로 2005년 말까지 SK텔레텍이 SK텔레콤에 공급할 수 있는 휴대폰 물량을 연간 1백20만대로 제한한 조치) 연장 문제로 휴대폰 업계가 한창 시끄러울 때였다. 최 회장은 이 문제에 대해 "얘기나 들어보자"며 박 부회장을 만나자고 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휴대폰을 만드는 SK텔레텍이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나 세계 시장 경쟁이 너무 치열해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이에 박 부회장이 "고민이 되면 같이 해보자"고 제의했고 그 이후 은밀하게 협상이 진행됐다. 두 사람이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가로서 서로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이었다. 최 회장은 평소 박 부회장이 대기업들과 싸우며 기업을 키워온 점을 평가했다. 박 부회장도 최 회장의 경영자로서의 능력에 반했다. 박 부회장은 최 회장에 대해 "경제를 보는 식견이 넓고 큰 줄기를 잡아가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계열사들이 직면한 현안에 대해서도 세세한 것까지 정확히 알고 있더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소버린의 경영권 위협으로 곤경에 처했을 때 박 부회장이 '백기사' 역할을 한 것도 인연이 됐다. 박 부회장은 "최 회장이 도움을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아니고 SK텔레콤이 흔들리면 내수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판단해 나섰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