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랑 대한교과서 사장(61)은 뭔가에 쫓기다 휴식을 찾은 표정이다.


좋은 그림을 보면 밤잠을 설칠 만큼 인사동에서도 알아주는 그림 수집가인 그이지만 최근 자주 보도된 이중섭 화백 그림 위작 논란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온라인 교육기업인 '푸른일삼일팔' 인수·합병(M&A) 작업에 몰입해 있었기 때문이다.


1999년 사장 취임 후 굵직굵직한 M&A를 통해 회사를 급성장시킨 그가 이번에는 정보기술(IT) 분야에 손을 댔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풍부한 교육 콘텐츠를 온라인 채널과 접목시켜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오래 전부터 고민해 왔습니다.이번 인수로 교육사업에 또 다른 날개를 단 셈이지요." 황 사장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대한교과서는 지난 90년대까지만 해도 보수적이고 관료적인 문화에 젖은 탓에 경쟁력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를 강소기업으로 바꿔 놓은 게 황 사장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위기의식을 느낀 그는 취임 첫해 부실 공기업이던 국정교과서를 인수,흑자를 일궈내기 시작했다.


합병에 따른 부작용도 많았지만 과감한 구조조정과 사업부문별 책임경영제를 도입하고 사원들에게 경쟁 마인드를 심어주면서 잇따라 히트상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학습만화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아이세움'이 대표적인 예다.


2003년에는 대형 가스전문 회사들을 제치고 한보도시가스(현 서해도시가스)를 인수,관련 업계를 놀라게 했다.


성장성 있는 회사라고 판단,투자비용을 아끼지 않은 결과다. 예상대로 이 회사는 인수 이듬해부터 5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한보철강이 본격 재가동하는 등 당진의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한교과서의 '황금거위'로 성장하고 있다.


경영혁신과 잇따른 M&A 성공으로 대한교과서 계열 기업의 지난해 매출 총액은 3천억원을 넘겼다. 황 사장 취임 직전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사내 유보금도 9백억원에 달한다.


성공적인 M&A 비법에 대해 그는 "지난 36년 동안 회사와 동고동락하다 보니 회사에 적합한 사업전략을 세울수 있었다"며 "인수 대상 기업에 대해서는 성장성과 내재가치를 철저하게 따지는 등 기본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그러나 황 사장의 통찰력과 추진력은 사내에서 정평이 나 있다. 새벽 3시면 일어나 경제신문을 정독하고 7시면 어김없이 사무실에 나타나는 그는 요즘 조용한 아침 시간을 이용,기업공개와 또 다른 M&A를 구상하고 있다.


"이제 회사의 에너지가 충분히 모아졌기 때문에 생명공학 같은 미래산업 분야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신약 같은 거 말입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