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가 'GM(제너럴모터스) 구하기'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도요타 자동차 수뇌부가 이달 중 일본과 미국에서 GM의 릭 왜고너 회장 겸 CEO와 연쇄적으로 접촉,연구개발(R&D) 및 기술제휴 문제 등을 협의할 예정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달 25일 오쿠다 히로시 일본 게이단렌 회장(도요타자동차 회장)이 미국과의 자동차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GM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5일 실적 악화로 고전 중인 GM 왜고너 회장이 오는 14일께 방일,조 후지오 도요타 사장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회담에는 GM의 연구개발 업무 담당 래리 번스 부사장이 동석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하이브리드 카 기술을 포함한 자동차 안전 및 환경 기술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또 GM과 도요타는 이달 하순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2차 대표 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다 쇼이치로 명예회장은 미국 엔지니어단체 초청으로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수상식에 참여하는 것을 계기로 오는 24일쯤 왜고너 회장과 만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요타,기술지원 나설 듯 도요타는 GM과의 연쇄 접촉을 통해 이 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제휴에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관련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우선 공급 물량이 달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브리드 카 기술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요타는 당초 GM에 운신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 자동차 가격 인상를 검토해왔으나 일본업계의 반발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오쿠다 히로시 회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자동차는 미국의 상징적 산업으로 일본차 업계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신차 가격 인상을 시사했으나 닛산 혼다 등의 반발을 샀다. 심지어 도요타 대변인도 다음날 바로 가격 인상 가능성을 부인했었다. GM이 세계시장에서 독주 중인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카 기술을 받아들일 경우 뒤처진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요타는 1997년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카 '프리우스'를 개발,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양사는 1999년에도 환경기술 공동개발에 합의한 적이 있다. 도요타는 GM의 실적 악화가 이어질 경우 미국시장에서 점유율이 급증한 일본차에 화살이 돌아올 것을 우려,가능한 빨리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GM,실적 부진 이어질 듯 세계 1위의 자동차 메이커 GM은 올 1분기에 11억4천만달러의 적자를 내 1992년 1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을 보였다. 지난 4월 들어서도 일본차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추세다. 지난달 미국 내 신차 판매에서 일본차는 32.9%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사상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 특히 도요타는 전년동기 대비 25.9% 증가한 21만4천대를 팔아 사상 처음으로 시장 점유율이 14%대에 올라섰다. 반면 GM과 포드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4.1%,1.4% 떨어졌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