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로 예정된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 '가즈프롬'과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티'간 합병 전망을 어둡게 하는 분석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미하일 프라드코프 총리는 지난 4일 로스네프티를 포함한 10여개 국영기업에 대한 사유화 결의 수정안에 서명했는데 로스네프티 주식 100%를 자회사인 '로스네프테가스'에 매각하려던 당초 계획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양사간 합병이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12월 보유 중인 로스네프티 주식 100%를 로스네프테가스에 전량 매각한뒤 이를 가즈프롬 자회사들이 갖고 있는 가즈프롬 주식 10.74%와 교환하는 내용의 정부 결의안을 승인했다. 이같은 방식을 통해 가즈프롬은 로스네프티 주식 100%를 보유, 양사간 합병을 이루고 정부는 로스네프테가스로부터 가즈프롬 주식을 매입해 가즈프롬 주식 51%를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프라드코프 총리가 이날 서명한 사유화 수정안에는 로스네프티 주식을 어디에 매각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러시아 언론은 그 배경에 양사간 합병을 놓고 새로운 대안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간 코메르산트는 5일 수정안에 로스네프테가스가 언급되지 않았다면서 합병을 위한 다른 방안들이 논의 중이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특히 일부에서는 러시아 정부가 합병을 포기했으며 가즈프롬 지분 과반수 확보에 필요한 나머지 주식을 현금 매입키로 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예컨대 정부가 현금을 동원해 가즈프롬 자회사들로부터 주식을 사모은뒤 가즈프롬은 그 돈으로 다른 석유기업 지분을 사들인다는 것이다. 일간 베도모스티는 지난 3일 가즈프롬이 로스네프티 대신에 다른 석유기업 '시브네프티'를 합병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러시아 최고 갑부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대주주로 있는 시브네프티는 친(親) 정부 기업으로 지난해 유코스 자회사인 유간스크네프테가스를 인수한 로스네프티에 비해 합병에 따른 법정 공방이나 유간스크 매입비 정산 등 불편한 문제들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게르만 그레프 경제개발통상부 장관도 지난달 26일 가즈프롬이 로스네프티 주식 100%를 인수하지 않음으로써 로스네프티를 존속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러시아 정부는 로스네프티는 가즈프롬에 흡수돼 사라지고 유간스크네프테가스는 독립회사로 남길 계획이었지만 로스네프티가 합병에 강하게 반발하자 로스네프티를 살리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가즈프롬-로스네프티간 합병 여부는 내달 24일 예정된 가즈프롬 주주총회 때까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jerom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