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건 코끼리와 호랑이처럼 '덩치가 큰' 동물만이 아니다. 작은 개미야말로 질기디 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비즈니스 정글에서도 '작고 단단한' 중소기업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탄력적인 조직과 틈새시장을 뚫고 나가려는 열정으로 무장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을 매주 한 업체씩 소개한다. --------------------------------------------------------------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위치한 시계업체 SWC(대표 김동순). 지난해에 약 1백18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 회사는 대표적인 수출기업 중 하나다. 4백여개에 달하는 국내 시계업체들 중 수출 기업은 40여개. 이 중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이 아닌 자체 브랜드로 수출하는 업체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SWC는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해외시장에서 올린다. 지난달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 시계.보석 박람회에서도 1백만달러를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삼성 시계 코퍼레이션'의 영문약자에서 이름을 따 온 SWC는 지난 98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종업원지주회사. 당시 '삼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결국 '홀로서기'에 성공,알짜배기 중소기업으로 자리잡았다. 2003년 9월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동순 사장(40)은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중동에서는 80년대 초부터 삼성 브랜드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더이상 삼성그룹에 속해있지 않다고 하자 거래를 끊겠다고 난리였습니다. 직원들도 곧 회사가 망할 거라고 수근거리기 시작했구요." 그러나 지난 89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줄곧 해외영업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그였다. 직원들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가 바이어들을 설득했다. 상대편 최고경영자(CEO)의 집을 찾아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제품을 보여주며 설득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일단 거래를 좀 더 해보자'는 미온적인 답변을 듣고서야 귀국했다"며 "이후 전 직원들이 밤을 새며 선적할 물건을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삼성그룹 시절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각오 때문이었다. SWC는 지난 2000년부터 더 이상 '삼성'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SWC''카파''하쓰앤씨''뷰렛' 등의 브랜드로 중동시장과 러시아 미국 인도 파키스탄 등 4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출시된 스포츠시계 뷰렛은 미국과 남미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오는 6월 말부터는 국내 백화점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매년 5억~6억원을 디자인 개발에 투자,분기별로 40~50개 모델을 생산한다"며 "6명의 디자이너를 거의 매달 해외로 내보내는 등 전 직원을 끊임없이 교육시키면서 틈새시장을 뚫을 제품 개발에 매달린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