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세계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의 신용등급이 끝내 ‘정크본드(투자부적격 채권)’등급으로 추락했다.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5일(현지시간) “GM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로 두 단계 낮췄다”고 밝혔다.


S&P는 포드에 대해서도 ‘BBB-’이던 신용등급을 정크본드 수준인 ‘BB+’로 한단계 하향 조정하고,투자전망 역시 ‘부정적(negative)’으로 낮췄다.



GM과 포드의 신용등급 추락은 일찍이 예견됐던 것이지만,S&P가 실적부진을 만회하려는 이들 업체의 경영전략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S&P는 이날 신용등급 강등 배경을 설명하면서 "GM 경영진의 전략은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S&P는 GM과 포드 모두 "고유가 시대인데도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질책했다.


월가에서는 이날 S&P의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일찍이 예상됐던 것이지만 시점이 빠르다"고 분석하면서 "이는 현재와 같은 GM과 포드 경영전략으로는 실적부진을 만회하기가 어렵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 같은 분석을 반영,이날 증시에서 GM과 포드 주가가 전날보다 각각 5.91%,4.53% 급락한 것은 물론 채권시장에서도 두 회사의 장기 회사채 수익률이 급등(채권가격 급락)했다.


오는 2033년 7월 만기예정인 GM의 30년짜리 회사채는 수익률이 11.494%로 뛰었고 포드의 2028년 10월 만기 채권은 9.742%로 높아졌다.


이날 10년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4.14%였던 점을 감안하면,이들 채권이 얼마나 헐값에 팔렸는지 분명해진다.


말 그대로 정크본드가 돼버린 셈이다.


GM과 포드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전락했지만 채무 불이행이나 부도 위기에 빠진 것은 아니다.


GM은 2백억달러 이상,포드는 1백90억달러의 현금(유동성 증권포함)을 확보하고 있어 채무상환에는 별 문제가 없다.


당장 자금조달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게 월가의 평가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도 자금조달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연금들은 내부 규정상 투기등급 채권을 살 수 없다.


오히려 현재 갖고 있는 GM과 포드 채권을 시장에 내다팔아야 한다.


GM의 장기부채는 2천9백18억달러,포드의 부채는 1천6백13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두 회사 같은 초대형 기업의 채권이 투기등급 시장의 물건으로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시장이 어떻게 달라질지도 미지수다.


이번 조치로 노조는 의료보험지원 축소 등을 수용하라는 강한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전·현직 근로자들에 대한 의료보험부담 때문에 일본 자동차업체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여있다.


커머셜 뱅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나 존슨은 "신용등급 하락은 노조에 유연해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할부금리가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GM과 포드의 할부금융회사인 GMAC와 FMC의 등급이 정크본드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키뱅크 캐피털마켓의 분석가인 브레트는 "GM과 포드가 이자를 더 물게 되면 금융회사인 GMAC와 FMC도 할부금리를 높일 것"이라며 "그럴 경우 소비자들은 다른 할부 회사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이날 S&P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에 실망했다면서 글로벌 메이커로서의 지속적인 성공에 아무런 의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번 조치로 회사의 정상화 가능성에 의구심을 더 갖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