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70) 효성 회장이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 설원량 대한전선 전 회장 사후에도 설 회장에 대한 남다른 `우애'를 표시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효성과 대한전선 오너 일가는 2대째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8일 재계 등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6일 오후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전선 50주년 창립 기념식 행사에 참석, 직접 축사도 하는 등 먼저 떠나간 재계 후배에 대한 각별한 `우정'을 보여줬다. 조 회장은 축사에서 "위기에 당당히 정면으로 맞서고 원칙을 중시하는 정도경영으로 임한 고 설원량 회장의 탁월한 경영능력이 오늘의 대한전선을 가능케 했다"며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가치가 없다는 그의 지론은 어려운 여건에 처한 국내 기업들에게 나갈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조 회장의 3남인 조현상(34) 효성 상무도 자리를 함께 했다. 조 회장과 설 회장은 경기고 선후배 사이로 조 회장이 7살이나 연배가 높지만 나이 차의 벽을 넘어 서로 흉허물을 터놓을 정도로 `호형호제'하며 수십년간 막역한 `우애'를 쌓아온 것으로 지인들 사이에는 널리 알려져 있다. 조 회장과 설 회장은 술자리 등 자주 모임을 가질 정도로 가깝게 지냈으며 사업적 측면에서도 조 회장이 `선배'로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3월 설 회장이 뇌출혈로 갑작스레 타계했을 때도 신문에 직접 추모사를 기고하는 등 남다른 슬픔을 표하기도 했었다. 이날 행사에서 설 회장의 부인인 양귀애 대한전선 고문은 조 회장을 보자 `송구스러울 따름'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되뇌여 조 회장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양 고문은 행사후 가족사진을 찍으면서 한사코 손사래치던 조 회장에게 몇 번이나 함께 사진을 찍어줄 것을 부탁, 양 집안간의 각별한 사이를 엿보게 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재계가 아까운 사람 하나를 너무 일찍 잃었다는 것이 지금도 못내 가슴 아프다"며 "원칙을 지키며 살기 힘든 이 시대에 그는 진정한 원칙주의자였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이어 "윤석, 윤성씨 등 두 아들 모두 부친의 뜻대로 아주 훌륭하게 잘 자라 듬직하다"며 "윤석씨는 연대를 나온 수재이며 둘째 윤성씨도 미국 와튼스쿨에서 수학중인 재원"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남 윤석씨는 지난 3월 대한전선 스테인리스 사업부 마케팅팀 과장급으로 입사,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특히 조현상 상무와 설윤석(25)씨는 연세대 경영학과 선후배 사이로, 지난해 부친을 잃은 뒤 진로문제 등을 놓고 마음고생하던 윤석씨가 조상무에게 흉금을 털어놓을 정도로 `우정'을 과시하는 등 효성-대한전선간 인연이 2대째 이어지고 있다. 조 상무는 "당시 윤석씨가 학업을 마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며 "대한전선 전문경영인들이 잘 하고 계시기 때문에 2∼3년 공부를 더 한 뒤 입사를 해도 좋을 것 같다는 개인적 견해를 피력했었는데, 윤석씨가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입사쪽으로 결정을 했으며 잘 해나가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는 "설 회장이 돌아가신 후에도 조 회장이 바쁜 일정속에서도 걸음을 마다하지 않고 직접 행사장을 찾아 챙기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며 "두 기업이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얽혀있는 부분은 없지만 지금처럼 대를 이어 변함없이 좋은 인연을 이어간다면 재계의 귀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 hanksong@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