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MBA 과정 >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 한국은 중국처럼 무조건 진출해야 하는 시장이 아닙니다.단지 아시아에서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에 불과합니다.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국가 브랜드를 올리는 작업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입니다.실제로 대부분의 유럽 국가 소비자들은 한국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어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 대표기업을 일본 기업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국가 차원에서 ‘브랜드청’과 같은 국가 브랜드 전담기관을 만들고 한국에 대해 알리는 데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합니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전시장에서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MBA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폐쇄적인 국가라는 이미지가 있는 이유는 지나치게 자국 시장을 보호하려 들기 때문"이라며 "어느 정도 안정됐다 싶은 산업은 과감하게 문호를 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입차 시장 열어도 한국차 시장 안 죽는다=한국은 수입차 업체들의 한국 내 영업을 높은 관세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막고 있다.


아직도 수입차 업체에 동등한 기회를 주면 한국 자동차 업체가 위축될 것으로 보는 듯하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다.


한국 자동차 회사들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수출에서 올리고 있으며 품질도 세계 어느 자동차 회사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높다.


오히려 수입차의 진입 장벽을 낮추면 한국 자동차 업계를 자극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다.


일본의 예를 들어보자.일본은 자동차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신 농기계 시장을 열었다.


당시 일본 시장의 40% 정도를 점유하고 있던 고마쓰라는 농기계 회사에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조치는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고마쓰는 현재 세계 농기계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더 이상 자신들을 보호해 줄 장치가 없다고 생각한 고마쓰가 R&D(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기술개발에도 힘썼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의 보호를 받았던 자동차 회사들은 줄줄이 몰락했다.


한때 11개사에 달했던 일본 자동차 회사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곳은 3곳뿐이다.


◆자동차 시장을 좌우하는 것은 브랜드와 서비스=대체적으로 BMW는 기술력을 최고 자산으로 생각하는 자동차 메이커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브랜드와 서비스가 BMW의 더 큰 자산이다. 이제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은 우수한 품질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기술 격차는 앞으로도 더 좁혀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기술력만 믿고 있다가는 금세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제 소비자는 브랜드 이미지와 서비스를 보고 차를 사게 될 것이다.


특히 BMW처럼 '고급 승용차'라는 좁은 타깃으로 차를 생산하는 회사는 더욱 그렇다.


BMW가 최근 차를 디자인할 때 가장 세심하게 고려하는 것은 자동차의 이미지다.


새로운 차를 내놓아도 기존의 BMW 이미지가 묻어나는 디자인의 차를 만든다.


그러면서도 새로움과 개성이 있어야 한다.


BMW코리아 같은 지역사는 고객 서비스 수준을 올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 나는 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업계 최초로 24시간 동안 자동차를 정비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하게 했다.


인적조차 찾기 힘든 새벽 4시께 타이어가 펑크 나도 평균 23분이면 서울 전지역으로 서비스반이 출동한다.


수리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판단하면 똑같은 차를 몰고가 수리하는 동안 대신 그 차를 운전할 수 있게 해 준다.


자동차 수리공장도 다른 업체와는 다르다.


일단 고객이 차를 몰고 오면 고급 레스토랑처럼 발레파킹을 해준다.


차를 고치는 동안 고급 휴게실에서 골프 연습,DVD 감상,인터넷 이용 등을 할 수 있게 한다.


비싼 차를 산 만큼 제대로 대접받는다는 생각을 고객에게 심어주면 그 고객은 다음에 차를 살 때도 BMW를 고른다.


◆향후 고급 자동차 시장 전망 밝아=세계 자동차 시장은 앞으로 완만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고가 고급 차량 시장은 전체 자동차 시장 성장률의 5배에 이를 만큼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자아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추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글=송형석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