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이어 '천연가스수출국기구(ONGEC)'가 태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유가시대를 맞아 액화천연가스(LNG)가 유력한 대체 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하면서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국가들이 러시아를 필두로 1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가스 수출국 포럼(GECF)'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권익을 대변할 기구를 출범시키려는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 최근호는"천연가스 수출국가들이 최근들어 잇딴 회동을 갖고 있다"며 "이는 가격담합 카르텔을 만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천연가스는 오는 2025년께에 이르면 석유를 제치고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며 이같은 움직임에 우려감을 표명했다.. ◆천연가스 수출국들 힘 합친다 러시아 카타르 이집트 베네수엘라 등 GECF 소속 15개 회원국 에너지 장관들은 지난달 25∼27일 서인도제도의 작은 섬나라 트리니다드 토바고에 '은밀하게' 모여 협력방안을 논의했다.이 모임에는 역시 천연가스 주요 수출국인 노르웨이 아르헨티나 적도기니 등 3개국도 옵저버 자격으로 참가했다. GECF측은 "이번 회의의 목적은 회원국들간의 협력 강화일 뿐"이라며 "천연가스의 공급을 통제할 의도는 없다"고 밝혔지만,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국제 원자재시장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이 포럼 회원국들의 회동이 최근들어 부쩍 잦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GECF가 전세계 천연가스 수출량의 53%를 차지하는 점을 의식,OPEC과 유사한 가격조절 기구 창설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ONGEC 러시아가 주도할 듯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는 ONGEC가 탄생하면 러시아가 그 중심에 설 것으로 보고 있다.당장 러시아는 천연가스 매장량에서 세계 최대다. 전세계 천연가스 매장량 중 33%(47조6천억㎥)를 차지하고 있다.연간 수출물량도 6백16억5천만㎥에 달한다. 실제 러시아는 천연가스가 새롭게 각광을 받기 시작한 90년대 중반 이후 ONGEC 창설을 도모해왔다.러시아 최대 국영 에너지 기업 가즈프롬의 알렉세이 밀러 회장은 최근 이즈베스티아지와의 인터뷰에서 "천연가스도 국제 시장에서 제 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러시아의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며 "어떤 형태로든 천연가스 수출국들끼리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요가 급증할 천연가스 천연가스는 그동안 수송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석유에 가려 큰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고유가에다'청정성'이라는 친환경적 요인이 부각되면서 최근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가스를 냉각해 액체상태로 만드는 LNG의 등장으로 천연가스는 석유처럼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천연가스는 종전에는 주로 땅 속에 매장된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반할 수 밖에 없었지만,이제는 '액화 기술'이 보편화돼 선박으로도 쉽게 수송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에너지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20년 후 미국의 천연가스 수입은 현재보다 7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미국내 천연가스 소비량의 25%는 외국에서 들어와야할 처지에 놓이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라이스 대학의 로널드 솔리고 경제학과 교수는 "머지않아 천연가스도 석유처럼 공급부족 현상이 일어나 수출국들의 가격담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