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반공사 직원들은 종종 '망하는 노하우'를 놓고 불꽃튀는 토론을 벌인다.


안종운 사장(56)이 앞장서서 밀어주는 자리다.


'망하는 지름길'이 추려지면 빠짐없이 실천한다.


단 실천 방향은 정반대다.


이른바 '역발상 토론회'인 것이다.


농림부 차관을 지내고 지난해 2월 공사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안 사장은 취임 후 직원들에게 '농기공이 발전할 길'을 물었다.


대답은 신통치 않았다.


질문을 바꿔 '공사가 망하는 길'을 물었다.


비대한 조직,부서 이기주의,간부들의 눈치보기,시간 때우기식 회의…. 봇물처럼 답변이 쏟아졌다.


"혁신이란 '존재의 이유'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역발상 워크숍으로 잘못된 점부터 고쳐나가자는 생각이었지요."


직원들이 제기한 개선점을 바탕으로 안 사장은 지난 1년동안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추진했다.


1700여개나 되는 부·과를 360개 팀제로 개편하고 능력별 인사를 단행했다.


관리조직 다섯 개 가운데 한 개를 사업 조직으로 재편했다.


일선을 강화하기 위해 본사 직원 200여명을 지방으로 내려보냈다.


초기에는 반발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안 사장은 '변해야 산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새 사장이 오면 으레 혁신을 부르짖지요.실제 변화가 일어나려면 구성원의 자발적인 동참이 필요해요.그러려면 리더가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우선 직원들에게 경영 실태를 전면 공개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노조와 머리를 맞대고 경영개선 방안을 의논했다.


현장도 샅샅이 훑고 다녔다.


비가 올 때마다 전국에 있는 배수 펌프장을 찾아 근무환경을 점검했다.


'왕체력'으로 이름난 CEO가 부지런히 움직이니 직원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하루가 다르게 활발해지는 회사 분위기를 보며 그들도 적극적으로 혁신운동에 가세했다.


경영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올해는 노조 스스로 '노사화합의 원년'을 선포했다.


지난 3일 기획예산처가 개최한 '공공기관 CEO 혁신 토론회'에서 농기공은 우수 혁신 사례로 소개됐다.


그동안의 혁신노력이 공기업 혁신의 교과서가 된 셈이다.


"진짜 혁신은 이제부터지요.농촌과 도시가 상생할 수 있도록 있는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