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를 올리긴 해야겠지만, 시기는 하반기 이후로 잡아야 한다.” 오는 12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논의될 콜금리 목표치 조정여부와 관련, 대부분의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내수회복 조짐과 미국의 연이은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은 금리를 올릴 때가 아니라고 의견을 모았다. 8일 한국경제신문이 10명의 국내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9명으로 압도적이었다. 금리를 올리기엔 내수회복세가 너무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금리를 올려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금리 인상은 시기상조" 예전에 비해 금리 인상 여건이 성숙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응답자 중 유일하게 금리 인상에 찬성한 이근영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미국이 지난해 이후 8번째 금리를 올려 국내 콜금리와의 격차가 0.25%포인트로 바짝 좁혀졌다"며 "이제는 대외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 가능성에 신경을 써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장 금리를 올릴 경우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 유병삼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이제 겨우 경기 회복 초입단계인데 금리를 건드렸다간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침체되는 복합불황이 우려된다"고 했다. 임춘수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내수가 회복되고 있다지만 아직은 그동안의 감소세가 겨우 멈춘 수준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지난 2년간 확장 국면이었던 세계 경제가 지금은 수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금리 인상 반대 이유로 꼽혔다. 이종화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고유가로 인해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긴 하지만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경기 과열로 인한 수요측면의 물가 상승 조짐도 없다"고 지적했다. ○부동산보다는 경기가 우선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를 동원하는 것 역시 부작용이 클 것으로 지적됐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금리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이 올려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저금리로 늘어난 부동자금이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실물 투자 기회가 없어서지 정책금리가 낮기 때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일구 랜드마크투신 운용본부장도 "집값이 올라도 다른 부분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파급되지 않는다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부동산가격을 낮추려고 금리를 올렸다가는 집없는 서민들의 생활만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외 금리차 축소로 인한 외국자본 유출도 크게 걱정할 바는 아니라는 진단이 우세했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원화환율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수출기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국내 경제 전반을 위해서는 오히려 국내에 투자돼 있는 달러자산이 어느 정도 빠져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올 하반기'를 꼽는 전문가들이 대다수였다. 김영익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과 비슷해지는 올 4분기는 돼야 금리 인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석·김동윤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