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 내 여자' '유머가 인생을 바꾼다' '군림천하'…. 출퇴근 길에 개인휴대단말기(PDA)를 통해 책을 보는 것이 취미인 회사원 남모씨(31·여·서울 송파구)가 최근 읽은 책들이다. 연애술이나 처세술 관련 책,무협지 등이 도서목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서점에 들러 종이책을 살 때는 다소 어렵더라도 오래 두고 보고 싶은 책을 고르지만 PDA로 볼 책들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남씨와 같은 독자들이 늘면서 PDA나 노트북 등으로 볼 수 있도록 컴퓨터 문서파일 형태로 판매하는 책인 'e북'의 베스트셀러 순위는 종이책과는 딴판이다. 온라인 서점인 인터파크의 e북과 교보문고의 종이책 4월 마지막주 베스트셀러 순위를 살펴보면 10위 내에 양쪽 차트 모두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책은 단 두 권에 불과하다. 두 권 모두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과 같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블루오션 전략' '2010 대한민국 트렌드' 등 '진득하게' 읽어야 하는 경제·경영서는 종이책 순위에만 올라 있었다. 인터파크는 작은 화면을 통해 책을 읽어야 하는 PDA의 특성상 e북 시장의 경우 출퇴근 시간 등에 부담없이 접할 수 있는 '킬링 타임'용 서적의 인기가 높다고 분석했다. 심리적인 이유도 있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무협 판타지 로맨스 소설 등을 읽고 있는 장면을 공공장소에서 노출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수준이 낮은 책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어서다. 하지만 e북은 주변에서 표지를 볼 수 없어 무슨 책을 보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 있다. e북의 활성화는 출판업계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협 판타지 로맨스 소설을 출판하는 업체들의 행보가 빠르다. 인터파크의 e북 편집팀 홍규동 대리는 "무협지의 경우 제작과 유통,관리 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종이책을 출간하기가 쉽지 않아 퇴보의 길을 걷다가 e북이 활성화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조사를 벌인 1주일간 무협지는 종이책으로는 한 권도 팔리지 않았지만 e북으로는 100만여원어치가 팔렸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